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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 "검찰서 최순실 마주치자 두려워 도망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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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사진)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 당시 화장실을 가던 도중 우연히 복도에서 최순실 씨를 마주쳐 황급히 검사실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공사 계약 관련, 최순실·안종범·김종 개입 정황

박 전 과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피하게 됐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들을 상대로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로 내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다.

박 전 과장은 "진술하는 내용들을 (최씨가) 알게 되면…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피하게 됐다"며 지금도 최씨를 대면하기가 편하진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가) 감정기복이 심하고 업무를 지시할 때 고압적으로 굉장히 다그치는 성격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를 실제 운영하는 주인으로 저를 언제든 내칠 수 있어 무서운 사람이었다'는 박 전 과장의 진술 조서도 공개했다. 박 전 과장은 이날 고영태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최씨에게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최씨에 대해 더 무서운 존재로 느끼게 됐다고도 밝혔다.

한편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공사와 관련해 더블루K가 계약을 중계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안 전 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개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과장은 이날 더블루K가 스위스 건설업체인 누슬리 사와 업무협약 계약을 맺을 당시, 최씨의 지시로 미팅 현장에서 즉석으로 계약서를 수정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과장은 "최씨의 지시로 지난해 3월 8일 업무협약 체결 당시 즉서으로 계약서에 '수수료 5%' 문구를 적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공사와 관련해 누슬리 사로부터 5%의 수수료(에이전트 비용)을 받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박 전 과장은 당시 최씨에게 "누슬리는 유럽 기업이고, 비즈니스에도 단계가 있는 만큼 첫 미팅이 아닌 다음 미팅에서 수수료를 제안해 보는게 좋겠다"고 얘기했으나 최씨가 '수수료 5%' 문구 없이는 안 전 수석이나 김 전 차관이 미팅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누슬리 사측에서 '수수료 5%'를 해주겠다는 것을 보고하자 약 40분에서 1시간 후 안 전 수석과 김 전 차관이 순차적으로 미팅 자리에 왔다"고 덧붙였다. 박 전 과장은 "당시 누슬리 사측에 신뢰성을 보여줄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그 때문에 안 전 수석이나 김 전 차관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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