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촌 인구 도시 이주 허용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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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30면

최근 위안화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비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155%에서 2015년 260%로 늘어난 것을 걱정하며, “이렇게 단기간에 부채가 폭증한 나라치고 금융위기를 피해 간 사례를 보지 못 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중국 쪽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딴판이다. 그들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를 중국은 극복했다”고 반박한다.


둘 중에서 누구의 의견이 진실에 더 가까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중국의 대응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중국은 초유의 위기 상황이었다. 먼저 한국 원이나 일본 엔 같은 경쟁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 뿐만 아니라 국영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려 3000만 명에 달하는 실직자가 발생했고, 중국 남부의 투자회사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소규모 금융위기마저 벌어졌다.


중국 경제를 구원한 것은 주택투자였다. 도시지역의 국유주택을 민간에게 싼 값에 불하하는 한편, 주택을 구입하지 않으려는 임차인에게는 매년 50% 이상 임대료를 인상하는 주택개혁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돈을 활용해 새로운 집을 지음으로써, 도시지역의 만성적인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 결과 중국의 주택건설투자 규모는 1997년 3178억 위안에서 2003년 1조 154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주택개혁의 효과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저렴한 가격에 도시지역의 부동산을 보유하게 된 가계는 이후 벌어진 주택가격 급등으로 순식간에 중산층으로 성장하고, 이는 새로운 소비시장의 형성을 촉발했다.


이런 경험을 살펴보면, 중국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카드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진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카드가 있겠지만, 과도한 부채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는 ‘도시화 촉진’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2015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55%에 불과해, 아직도 30% 이상의 상승 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호구제도로 인해 도시로 이주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호구제도 개혁을 촉진하는 것만으로도 도시화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러면 왜 지금껏 도시화를 적극 추진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바로 도시호구민의 반발에 있다. 그간 농촌호구 소지자들은 도시의 교육·의료·주거 서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었는데, 만일 농촌호구 소지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도시 호구 소지자들이 이를 순순히 용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부터 시행된 ‘국가신형 도시화 규획’에는 농촌호구 소지자들이 도시 호구를 취득하는데 지역별로 많은 차등을 두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1997년처럼 중국경제에 새로운 암초가 부각되는 순간, 언제든지 중국 정부는 도시호구 소비자의 반발을 무시하고 도시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등 난관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이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방이 꽉 막힌 형국이라기보다는 들고 있는 카드를 언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홍춘욱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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