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은 남쪽의 經協 진정 바라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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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쟁점으로 등장했다. 사업의 의미에 대해 정색하고 문제삼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사업 주체의 전환 등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북측의 행태는 금강산 관광과 남북경협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한국 내 시각을 추스르기는커녕 오히려 대북 반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는 鄭회장의 사망이 '(대북송금)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KBS 전국노래자랑 평양공연 참관단으로 방북할 예정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자연인 신분으로 오라고 요구해 정치인들이 방북을 취소하기도 했다.

북측의 이 같은 행태는 자신들에게 실익을 안겨주는 사업 환경을 망칠 뿐 아니라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경협을 보는 한국민의 시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뿐이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6일 북측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면서 "사람과 친분 중심이었던 남북경협을 제도와 협정 중심으로 발전시킬 시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강산 관광특구를 약속하고도 법 제정에 2년이란 시간을 끌어 남측 기업에 재정 부담을 안겼다는 얘기도 했다. 丁장관의 발언은 북한도 대북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수개월간 핵 문제로 인해 남북공영을 위한 제반 사업이 기대만큼 진척되지 못했다. 이제 6자회담 개최 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대북사업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게다가 북측이 한국민과 정치권의 부정적 대북 정서를 자극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남북 경협이나 대북지원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무리 민족공영을 위해 공익성을 무시하지 못할 남북경협이라지만 북측의 구태의연한 대남 자세에 납득할 만한 변화가 없는 한 경협은 지속될 수 없다는 현실을 북한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