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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인 살해사건에 경찰청장이 사표…두테르테는 반려

중앙일보

입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발생한 한국인 사업가 납치살인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경찰청장을 유임시키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가 23일 보도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지난해 10월 필리핀 중부 앙헬레스에서 납치돼 살해당한 한국인 사업가 지모(53)씨 사건의 범인이 전·현직 경찰관들이었으며 범행 현장이 마닐라의 경찰청 본부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자 지난 21일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이날 필리핀 경찰청 본부에서 열린 델라로사의 55세 생일 축하파티에 참석해 "나는 델라로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델라로사는 현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인콰이어러는 전했다. 필리핀 경찰에 따르면 현지에서 인력 송출업을 하던 지씨는 지난해 10월 앙헬레스의 자택 근처에서 현직 경찰관 3명 등 일당에 납치돼 경찰청 본부로 끌려갔다.

지씨를 납치한 경찰들은 지씨를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몰아세운 뒤 경찰청 내 마약단속국 건물 옆 주차장 차 안에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납치범들은 범행한 지 2주일이 지난 뒤 지씨의 가족에게 몸값 800만 페소(1억9000여 만원)를 요구해 500만 페소(1억2000여 만원)를 받아냈다. 필리핀 경찰은 범인들이 지씨의 시신을 전직 경찰이 운영하는 화장터에서 소각한 뒤 화장실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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