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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하다" 트럼프 당선후 '뉴욕 5번가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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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

트럼프 지지자.

트럼프 지지자.

트럼프 지지자.

세계 여성들의 ‘로망’인 뉴욕 5번가 티파니 보석매장. 화려한 보석만큼 눈부신 실적을 자랑하던 이 곳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티파니가 입주한 트럼프타워 주변이 교통통제와 경호대, 시위대들로 뒤덮인,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현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티파니 관계자는 “5번가 매장은 전세계 매출 10억 달러(약 1조1760억원)의 10%를 올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지난해 초와 비교해 매출이 14%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타워 주변에 설치된 철제 바리케이드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트럼프타워 주변에 설치된 철제 바리케이드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트럼프타워 주변에 설치된 철제 바리케이드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트럼프타워 주변에 설치된 철제 바리케이드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티파니만 된서리를 맞은 게 아니다. 54가부터 59가 사이에 있는 5번가 일대 상권이 쑥대밭이 됐다. 5번가는 뉴욕 최고의 쇼핑가로 꼽혀왔는데, 지난해 말부터 ‘5번가의 기적’이 아닌 ‘5번가의 악몽’이라는 말이 일대 상인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지갑을 여는 쇼핑객이 없기 때문이다. 더이상 5번가를 찾지 않고 또다른 럭셔리 쇼핑카인 매디슨애비뉴 등으로 옮겨갔다.

트럼프 타워 앞.

트럼프 타워 앞.

트럼프 대통령이 5번가에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워싱턴DC의 백악관으로 들어간 것이다. 실제 거리에서 만나본 보행자들의 불만이 컸다. 56가에서 57가로 올라가고 싶은데 트럼프타워 바로 앞을 통과할 수 없다 보니 도로를 세번이나 건너 ‘ㄷ’자를 그려야 했다.

트럼프 타워 1층 로비

트럼프 타워 1층 로비

트럼프 타워 2층 바.

트럼프 타워 2층 바.

5번가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일하는 스티븐 애덤스는 “정말 끔찍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실례합니다’를 수백번 외쳐도 지나갈 수가 없었다”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5번가 상인회장을 맡고있는 톰 쿠식은 “보행자수는 늘었는데 실제 매장으로 들어와 쇼핑하는 고객의 수가 줄었다”며 “특히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 일대 100여개 매장에서 매출이 30% 이상씩 줄어 총 4000만달러(약 470억원)을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타워 내부.

트럼프 타워 내부.

5번가 호텔의 피해가 특히 컸다. 트럼프타워 주변 경호가 삼엄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관광객들이 이 일대 호텔 예약을 취소했다. 택시가 진입하지 못하다 보니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호텔까지 걸어갈 일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타워 내부 라운지

트럼프 타워 내부 라운지

실제 트럼프타워 주변 경호는 ‘철통’이 따로 없었다. 정문을 통과하려면 X레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들고있던 가방을 열어보기도 한다. 트럼프타워를 둘러싼 철제 바리케이드가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어 이를 한줄로 세울 경우 2㎞에 달한다.

트럼프타워에 대통령이 없으면 삼엄한 정도가 약간 덜하지만 그래도 보행자들이 불편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와 막내아들 배런이 당분간 트럼프타워에 머물 계획이어서 경호의 수준을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타워 앞 텅빈거리.

트럼프 타워 앞 텅빈거리.

뉴욕경찰은 지난해 대선부터 취임식까지 보안경비 비용으로 3700만 달러(약 45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발표했다. 매일 200명의 경찰과 하루 6억원 정도의 수당이 들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3700만달러를 백악관이 부담하라”고 했지만 백악관 측은 묵묵부답이다. 뉴욕경찰은 취임식 이후 초과근무 수당으로만 6000억원을 시의회에 요청해놓았다.

트럼프 타워내 이방카 보석.

트럼프 타워내 이방카 보석.

트럼프 타워내 이방카 보석.

트럼프 타워내 이방카 보석.

사정이 이렇다 보니 5번가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 종업원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게일 브루어 맨하탄 자치구 회장은 “이 일대에서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또 맨하탄 시의회의 댄 개로드닉 의원은 “앞으로 4년간 트럼프 가족이 백악관에서 주로 생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백악관은 보안경비 면에서 1년내내 아름다움 곳”이라고 푸념했다.

트럼프타워 내부는 5번가의 악몽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세계였다. 황금빛 대리석으로 빛나는 바닥과 로비의 벽면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는 물이 신비한 조화를 이뤘다. 1층에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운영하는 보석가게는 여전히 성업중이다. 점원이 기자에게 가장 싼 목걸이를 보여주면서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밖에 안해요”라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사진=안정규 뉴욕중앙일보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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