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 위해 헌혈증 233장 보탠 해군 수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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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형 헌혈증서를 들어보이는 병사들. [사진 해군]

대형 헌혈증서를 들어보이는 병사들. [사진 해군]

해군은 22일 계룡대 해군본부 소속 수병 200여 명이 지난 1년간 모아온 헌혈증 233장을 백혈병·소아암 투병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군본부 소속 수병들은 근무지는 다르지만 같은 생활관을 쓰고 있다. 지난해 1월 전역을 앞둔 몇몇 수병들이 개인적으로 모은 헌혈증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해달라”며 생활지도관에게 전달한 게 집단 기증의 단초가 됐다.

합동생활관장 이진영(50) 준위는 “이 헌혈증을 의미있게 쓸 방법을 찾기 위해 ‘등대지기 회의’를 열었다. 헌혈증을 모아 매년 연말연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증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등대지기 회의는 수병들 대표가 참석하는 생활관 자치회의다.

이후 수병들은 틈틈이 헌혈을 하면서 1년 동안 233장의 헌혈증을 모았다. 다시 등대지기 회의가 열려 소아암과 백혈병 어린이 환자를 먼저 돕자는 뜻에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기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백혈병·소아암 환자들은 투병 과정에서 수혈을 많이 받아야 한다. 이번에 헌혈증을 기부한 해군 헌병단 박강욱(23) 병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작지만 도움을 준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보람을 느낀다. 전역까지 군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계속 마음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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