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가에 「전대협」 난기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개학 첫날부터 대학가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방학중에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지난 6월 시위에 이어 새학기를 대학연합세력 형성을 통한 민주화쟁취, 노학련투를 통한 근로조건개선 활동기간으로 선언한 가운데 학생들은 대학이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듯 학내 비리를 규탄하고 나섰고, 서울대에서는 3개대 학생 1천5백여명이 방학중 연행된 총학생회장 석방 촉구 연합시위를 벌였다.
더구나 개학전부터 일부대학에서는 구속학생 석방, 학내 민주화, 해고 근로자 복직등을 요구하며 연합집회와 총장실 점거, 기물 파괴, 철야농성등 과격시위까지 벌어져 2학기 대학가 기상도를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제적학생 복교문제와 교수들의 협의회구성 움직임, 총· 학장선출제요구· 학생들의 학교운영 참여요구등 재단 비리 척결까지 겹친 학내문제에 선거정국과 산업계의 노사분규 문제등 학외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 대학 안정의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제헌의회와 혁명정부를 주장하는 일부학생들의 목소리가 6·29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있어 「민주화」에 기여한 학생세력의 정국과 관련한 움직임은 특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합파워그룹 형성= 지난달19일 전국 95개대 학생 4천여명이 충남대에 모여 결성한「전대협」 (의장 이인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대학간 연합활동을 계획하는 2학기 학생운동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대협」은 6월 시위를 주도한 「서대협」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전국확대로 전국 대학의 지역별 대표자들이 지난 7월5일 이한열군의 장례식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전국적인 대중 조직 결성의 필요성」에 합의, 8월초부터 세차례의 사전모임을 거쳐 발족됐다.
앞으로의 행동방향에 대해 「전대협」은 ▲외세의 배격과 독재의 종식을 통하여 진정한 자주민주정부 수립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과 강력히 연대할 것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쟁취하여 신성한 학원의 자율과 자유를 쟁취할 것 ▲전면적인 백만 학도의 단결과 통일의 결정체로서 전국학생총연합 건설의 토대를 결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에서 드러나듯 「전대협」이 주도할 2학기 학생운동의 주조는 계속될 반독재· 반미투쟁 및 평화통일 논의, 학원민주화· 노학연계투쟁을 비롯한 사회· 경제민주화운동에의 참여등으로 귀착된다.
「전대협」은 전국을 서울· 경기· 충청· 강원· 호남· 영남등 6개지역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19개지구로 세분, 각 지역 또는 지구별로 「서대협」과 같은 대학생 대표자협의회를 구성,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노학연대투쟁= 7, 8월에 전국을 휩쓴 노사분규에 「외세」의 개입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상황에서 개학과 함께 학생들은 「노동형제와의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있어 노사분규를 새 국면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전대협」은 결성대회 시국 선언문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투쟁은 정당한 것이며 우리 백만 학도는 4건만 전민중과 함께 이를 지지하고 성원한다」고 밝히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동참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같은 선언의 배경은 「6·29선언」이 정치적 민주화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했으나 자신들이 이념적으로 최우선시하는 「기층민중」의 생존권 보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비판을 배경에 깔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최근 「노학련투」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달 23일 연세대에서 열린 「완전 복직 및 해고 반대를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와 8·28 이석규씨 추모대회.
전국 해고근로자 복직투쟁위원회가 주최한 연세대 집회에는 해고 근로자 8백여명과 경인지역대학생 5천여명이 참석했다.
노학연대투쟁과 관련, 서울대에는 「노동자 민주쟁취투쟁 지원· 연대대책위원회」 고려대에는 「노동문제특별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각 대학 차원의 활동도 시작되고 있다.
◇학내민주화 요구= 대학가의2학기 시위는 학원자율화· 민주화를 계기로 학내의 비민주적인 요소를 척결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시작, 점차 사회· 경제· 정치민주화 요구로 전환될 것 같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대협」은 학원민주화투쟁에서 ▲학생 정치활동의 보장 ▲학생회 지도위원회 폐지 ▲비민주적 학생회칙 폐지 ▲비민주적 학생회칙 개정 ▲평교수협의회 부활과 총· 학장 직선제 촉구 ▲학생· 교수· 학부형의 학교 운영 참여등을 관철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학교와 먼저 충돌= 일부 대학에서는 지난달부터 시험거부로 치르지 못한 학기말고사를 다시 거부하면서 총장 퇴진까지 요구, 총장실을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동의대 학생들은 재임용 탈락교수의 복직과 이사장 퇴진 요구, 청주대 학생들은 현 이사장의 총장 취임 반대, 금오공대학생들은 학내 군출신 인사 퇴진등을 주장하며 이사장실 또는 학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조선대 학생들은 교수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박철웅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학교본부의 기물을 파괴하기도 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임철정 전 이사장의 거액 변칙예탁금 사건 및 재단 부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등록거부운동을 벌였으며 일부 1학년생들은 문무대입소교육을 거부하고 농성을 벌였다.
세종대 학생들은 족벌재단 퇴진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10일이후 83일째 교내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전망= 상대적으로 6·29이전에 비해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대학당국과, 반대로 활동여건 및 영역이 배가된 학생세력간에 대학의 기능 수행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많은 대학 관계자들은 6·29를 쟁취한 학생들이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은채 더 많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나서는 사태가 우려된다며, 그럴 경우 처음은 학내문제로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학사· 복지문제를 거론하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노동현장과의 연계를 시도하고, 더 나아가 선거정국의 현장에 뛰어드는 사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특히 공권력의 불개입상태가 계속된다면 대학사회가 한동안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한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