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양상의 연작소설집필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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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들어 연작소설의 집필이 다시금 붐을 이루면서 70년대와는 매우 판이한 연작양식이 시도되고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발표된 주요 연작소설로는 서정인씨의『달궁』 『철쭉제』,김주영씨의『천둥 소리』, 박양활씨의『지방대학교수』, 조해일씨의 『임꺽정』, 조성기씨의『가시둥지』, 양귀자씨의『원미동시리즈』,최수철씨의 『고래뱃속』,김향숙씨의『뗘나가는 노래』등이 있으며 이들 작품이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연작형태의 소설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연작소설들은 ▲같은 인물과 사실을 연작번호를 붙여가며 그리는 형식 ▲같은 주제나 동일한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각을 통해 그리는 형식이었고 ▲작품의 한 부분을 갈랐을 때 의 완결성 ▲인물·주제·사건·배경 등을 포함한 줄거리의 연결성 및 소설적인 과정 등으로 장편소설과는 엄격히 구분됐었다.
이처럼 일정한 주제를 여러 인물들을 통해 각기 독립적 단편으로 만들었던 70년대의 작품들 (조세배시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윤흥길씨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이문구씨의『관초추필』 등)과는 단리 기존의 연작형태 자체를 파괴하는 서정인씨의『달궁』,조성기씨의 『가시둥지』 ,김주영씨의 『천둥소리』 등 실험적인 연작소설들을 비롯해 최근의 연작소설들은 장편과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정인씨의『달궁』은 6·25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져 다양한 삶을 살아온 한 여인의 생애와 함께 우리 현실의 부조리를 그리고 있는데 사건이 익명적이고 단편적인 삽화로 독특하게 처리되어 있다. 서로 끊임없이 반전되고 단절된 90여 개의 소제목으로 이어진 이 작품은 일관된 줄거리·주제 대신에 통일된 문체로 소설의 맥을 잇고있으며 그것만이 연작소설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론가 김구식씨는 지적한다.
김주영씨의 『천둥소리』는 해방직후부터 6·25까지의 시기를 「신길녀」라는 순박한 여인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고있는데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발표한 연작인데도 이야기 후반부로 가면서 단편으로서의 완결성자체가 약해져버려 평론가들도 ▲연작으로도 볼 수 있다(이남호) ▲분명한 장편이다 (홍정선)등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 조성기씨의 『가시둥지』는 60, 70년대를 교도소에서 복역한 한 인물의 구원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천둥소리』 와 마찬가지의 혼동을 가져오고 있다.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이런 연작소설들에 대해 평론가들은 『초년대의 연작소설 특징이라면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의식이었으나 80년대는 다양해진 삶의 구조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소설의 형식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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