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생들 "반기문 전 총장님, 아직도 노오력이 부족해 죄송합니다" 피켓시위

중앙일보

입력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18일 조선대를 찾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조선대에서 열린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며, 청년들에게 '열정'과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해 어려운 곳도 한번 다녀보는, 이런 스피릿(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의원은 전부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을 위해 예산투쟁하고 있고, 정부 지도자들도 (청년정책을) 신경쓰지 않는 등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해달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여러분들의 열정을,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엮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고 여러분의 장래도 성숙할 수 있다"고 했다. 삼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 현상과 관련해선 "학생들이 '공부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포기하는 현상이 있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회에는 여러 기회가 많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지도자들이 조금 더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면 청년문제를 담당하는 특정부서를 만들든, 특정 고위직을 만들든 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들에게 취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창업으로 눈을 돌리라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통계를 보니 미국 갑부들은 다 창업한 사람들이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 상속률이 70%대이고, 창업해서 성공한 비율은 20% 미만이다. 이런 것을 사회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연에 앞서 일부 조선대 학생들은 반 전 총장 앞에서 '아직도 노오력(암담한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청년들에게 무조건 노력만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행태를 비꼬는 말)이 부족해 죄송하다'는 피켓을 들고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