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 갔으면 해 부처님 가부좌 틀어 태웠다" 춘천 시신없는 살인사건 범인 자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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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없는 살인사건’이 될 뻔 했던 춘천 50대 여성 실종사건의 용의자 남편 한모(53)씨가 범행을 일체를 자백했다. 한씨는 부인 김모(52)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우고 매장하거나 일부는 계곡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한씨가 실종사건이 발생한 지난 2일 춘천의 한 공원묘지에서 부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홍천의 한 산골마을로 옮겨 불에 태우고 매장했다는 자백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말다툼을 하던 중 아내 김씨의 머리를 바닥에 수차례 내리쳤는데 쓰러진 김씨가 숨을 쉬지 않아 자신의 차에 싣고 홍천의 한 야산 빈집으로 옮겼다”며 “죽은 아내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해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어 아궁이에 넣고 3시간가량을 태웠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아내와 다툰 이유에 대해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 오빠의 묘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겨주기로 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아 다퉜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가 시신을 태운 뒤 부엌 바닥에 묻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김씨의 유골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씨의 유골은 대부분 부서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경찰에 검거된 한씨는 그동안 공원묘지에서 부인과 다툰 뒤 혼자 묘지를 떠났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씨의 이동 경로를 수색하던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빈집에서 혈흔이 묻은 블루투스 이어폰과 담배꽁초를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 혈흔은 김씨으로 확인됐고, 담배꽁초에서는 한씨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한씨는 시신을 유기한 뒤 혈흔 등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셀프세차장을 찾아 차량 실내외를 세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한 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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