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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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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각종 개발사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돼 왔으며, 이는 사회 발전을 위한 필수 전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우리의 각종 개발사업을 살펴보면, 이들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개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개발을 겸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개발과 개혁은 의미가 다소 다르다. 개발은 문자 그대로 처음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면, 개혁은 잘못된 것을 시정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를 생각한다면, 개발 위주 정책에 치중했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상대적으로 개혁에도 개발 못지 않은 큰 비중을 두어야 하는 사회발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인다. 개발과 개혁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사업수행이 필요한 단계임은 분명한 것 같다.

개발이건 개혁이건 그것이 필요한 사회의 입장에서 개발이나 개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그 자체로서 매우 시급한 과제이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절대 빈곤을 타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미개발국에 비해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룬 사회에서는 구체적 실행방법의 선택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개혁을 통해 이루려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나 그 결과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개혁이 필요했던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이에 덧붙여 새로운 문제만 양산한다면 그야말로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분양 예상가는 평당 1100만원에서 1200만원이라고 한다. 그간의 공사 지연으로 인한 이자 상승분이 건설비용에 추가됨으로써 분양가가 상승됐다는 것이다. 토지수용 보상비 지급, 건설공사의 각종 기본비용과 이자비용까지 감안하면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산정된 분양 예상가의 적정성 내지 합리성에 대해 건설 분야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감히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 다만, 단순히 주택의 수요자 입장에서 가격만 생각한다면 매우 높은 액수다. 강남 과밀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주택공급을 늘림으로써 부동산가격 과열화 현상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계획된 신도시 건설사업은 목표 자체로서 매우 훌륭한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집행 방법에 있어 예상치 못한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과연 처음 의도한 만큼의 효과가 충분히 나올 것인지 우려된다.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일반적인 봉급생활자가 10년을 벌어도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한 채 분양가에 해당하는 자금을 마련하기가 매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높은 분양가격은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까지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 얼마만큼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판교 신도시 건설계획 진행상황 및 예상 분양가격 보도 이후에도 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인근 지역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물론 개발이건 개혁이건 단기간에 그 성과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업이건 계획 단계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난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현재 논의되는 또 다른 많은 사업의 계획과 집행에 있어서는 보다 종합적인 안목을 가지고 치밀하고도 현실적인 계산을 해야 할 것 같다.

최윤희 건국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