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면 SK에 미리 알려라” 박 대통령, 안종범에게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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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으로 헌법재판소에 16일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 김춘식 기자]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으로 헌법재판소에 16일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 김춘식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소추위원 측은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이 과정에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대통령이 기업들의 재단 출연금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과 대책회의 내용 이 담겨 있다.

SK측서 사면 요청 받고 자료 검토시켜
수첩에 SK의 각종 정부 사업 협조 정황

소추위원 측이 지난해 10월 12일에 작성된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이 담긴 수첩 사본을 제시하자 안 전 수석은 논의 내용을 시인했다. 그러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는 부인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를 받아 재단 출연금을 모금한 행위 등이 직권남용이나 강요에 해당된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은 이날 SK 사면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증언을 했다. 그는 소추위원 측이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정당화할 만한 자료를 SK로부터 받아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느냐”고 묻자 “기본적으로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먼저 제안을 해서 자료를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이 수첩에 기록해 놓은 대통령 관련 업무 내용이다. [사진 시사IN]

안 전 수석이 수첩에 기록해 놓은 대통령 관련 업무 내용이다. [사진 시사IN]

안 전 수석은 또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 사실을 미리 SK에 알려주라고 해 김창근 회장에게 알려주고 받은 문자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적이 있느냐”는 소추위원 측 질문에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나서 (검찰에서)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안 전 수석에게 사면 발표 당일(8월 13일)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하겠다”는 내용의 감사 문자를 보낸 경위를 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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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에 제출된 수첩에는 최 회장의 사면을 위해 SK가 정부의 각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정황도 나온다. 박 대통령과 김 회장이 독대한 2015년 7월 24일 박 대통령 지시 메모에는 ‘노인회장-생산적 노인. 132만 명’이라고 적혀 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8월 14일 0시에 사면됐다. 이날 재판 내용에 대해 SK 측은 “당시 SK 경영진은 최 회장이 2년7개월에 달하는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고 있어 그로 인한 경영공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호소했다. 각계각층에서 그런 여론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글=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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