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이 박지원에게 "우리 합당하나요"라고 말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당 박지원(왼쪽)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박지원(왼쪽)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전날 국민의당 대표에 선출된 박지원 대표가 16일 오후 인사차 새누리당 당사를 찾았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대화 도중 인 위원장이 "저희들 생각이 같은데 합당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고, 이에 박 대표가 “아무리 같아도 그건 곤란하다”고 답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박지원 대표="국회 선진화법이 제일 문제에요. 대통령도 아무것도 못하고 야당도 아무것도 못한다. 박 대통령이 서포트를 해서 (여야가) 선진화법을 만드니 동물국회에서 식물국회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또 이런 5당 체제에서 누가 대통령이 나와도 그 순간 여소야대, 아무것도 못한다."
▶인 위원장="우리도 그 주장이다."
▷박 대표="개헌을 해서 연정을 하든지 무엇을 하든지 협치를 해야 한다."
▶인 위원장="저희 생각도 같은데 합당하는 것 아니냐."
▷박 대표="아무리 같아도 그건 곤란하다."

이런 대화를 지켜보던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옆에서 “저희도 민생이 최고다. '정치가 문제'라는 생각도 같고, 개헌에 대한 생각도 같다”며 “연정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박 대표는 “경제도 살리고 모든 것을 살리는 진짜 여당이 되려면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대화 초반 박 대표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일부 인사들이 인 위원장을 향해 ‘종북 좌파 물러나라’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장면을 거론했다.

인 위원장이 “(당사앞뿐만 아니라)저희 집앞에서도 한다. 요란하다. 주민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자 박 대표는 “독립유공자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나 까지 3대가 빨갱이라고 한다. 10년째 당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또 이날 허원제 정무수석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의 축하난을 들고 찾아왔던 사실을 공개하며 “허 수석 등 세 분이 오셨는데 이 사람들 꿈속에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인용이 안되는 걸로 알고 있다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도 인용이 안될 것으로 보시느냐”고 하자 인 위원장은 “저는 헌재에 맡겼다.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답을 피했다.
대화 도중 박 대표가 ‘만 18세 투표권 문제’를 거론하자 인 위원장은 “18세 투표권 문제도 '새누리당이 불리할까봐 피한다'고들 하는데 아니다. 당에서 상당히 깊게 논의중이며, 우리가 대안을 말씀드리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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