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모든 점포 5시간 '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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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20일 오전 우리은행 대구 성서지점에서 한 고객이 창구업무 중단 안내문이 게재돼 있는 지점 문을 나서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우리은행의 전산망이 고장을 일으켜 은행 창구업무가 5시간가량 전면 마비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우리은행은 2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52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전산망 장애로 전국 741개 지점의 창구업무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날 영업시간을 오후 6시로 평소보다 1시간30분 연장했다. 은행 전산망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지만 이날 전산망 마비 시간은 국내 은행 전산망 사고 중 가장 길었다.

그나마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CD/ATM)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 노인 등 이런 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날 결국 은행 거래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 창구 혼잡 극심=창구에서 하는 업무 가운데 예금과 출금, 대출 승인, 외환 환전 등 전 업무가 중단됐다. 특히 주말을 앞둔 데다 주요 기업과 일부 관공서의 월급날이 겹친 날이어서 우리은행 전국 지점이 북새통을 이뤘다.

서소문 지점을 찾은 회사원 박모(46)씨는 "설에 쓸 돈을 찾아 고향에 보내려고 왔는데 결국 돈을 보내지 못했다"며 "은행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창구 고객의 20~30%를 차지하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우리은행 본점 영업점을 찾은 70대 고객은 "오늘은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는 날"이라며 "통장으로만 거래하는데 돈을 찾을 수 없어 친구에게 신용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고객들이 몰리자 자동화기기로 유도했지만 자동화기기 역시 이용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전산시스템 마비로 수표 발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자동화기기에서 현금 뭉치를 찾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 왜 마비됐나=우리은행 측은 전산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계열사 우리정보시스템이 창구 단말기의 사용자 인증 정보를 바꾸는 과정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산마비 4시간40분 만에 원인을 찾아내 10~20분 후에 복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말기 이용자 인증과 관련된 문제여서 신중하게 대처하다 보니 복구시간이 다소 많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 "고객피해 보상하겠다"=은행 측은 이날 영업시간을 1시간30분 늘려 오후 6시로 연장한 뒤 자동화기기 사용을 유도했다. 특히 자동화기기의 현금인출 한도를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이체한도도 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영업시간 마감 후에 적용되는 자동화기기 수수료도 면제했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도 인터넷으로 출금가능 금액을 조회한 뒤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이 재개됐으니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우리은행은 예상하지만 고객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해 주겠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1300만 명의 고객 중 인터넷과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82%의 고객은 이날 영업시간 연장을 통해 대부분 업무가 해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18%의 고객이다. 우리은행은 하루 평균 약 100만 명이 지점 창구에서 현금인출과 대출서비스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로 이들을 대상으로 피해 내용을 모두 취합해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고장원인이 정확히 밝혀지는 대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호.김창규 기자 <dongh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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