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켜는 수출주…널뛰는 환율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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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주(株)가 뜨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맥을 못 추던 수출이 지난해 말부터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출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각각 2.5%, 6.4% 늘어났다. 두달 연속 수출이 늘어난 것은 2년 2개월 만이다. 또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7% 증가했다. 1년 전이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와 예년보다 늘어난 조업일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선두에 섰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12월(54.7)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고통지수도 최근 2년간 하락세다. 기업과 가계가 모두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란 뜻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상황도 비관하기 이르다. 중국의 제조업 심리를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대 명절인 춘절(1월 27일~2월 2일)과 3월에 열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힘입어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주요 교역국의 수출입이 함께 늘고 있는데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 상반기까진 수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부진했던 수출이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며 "연초 수출 경기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들에겐 호재다. 수출 기업의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대신증권은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60% 이상인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가 한달 전보다 8%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출이 40%에 못 미치는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6.3% 낮아졌다.

증권업계에선 반도체를 포함한 IT, 조선, 금속, 화학 업종 등을 주목한다. 주요 수출주의 연초 성적표는 어떨까. 수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올들어 13일까지 3.8%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9.8% 올랐다. 두 회사 반도체 가격 상승 기대감이 반영됐다. 두산중공업은 4.1%, LG디스플레이는 2.6% 각각 상승했고, 롯데케미칼은 0.7% 소폭 올랐다.

이들이 상승세를 이어갈지 여부는 환율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기지개를 켤 수 있었던 팔 할은 원화 약세 덕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당 원 환율은 요동쳤다. 올해 달러당 1208원(2일)에서 시작한 환율은 하루에만 20원 가량 하락(5일·원화값 상승)하는가 하면 15.3원 급등(9일·원화값 하락)하는 등 연초부터 널뛰었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오락가락하며 달러화 가치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거기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원화값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만일 달러당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값 상승)한다면 기업들이 누릴 수출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4월 미국의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약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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