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요즘 더불어민주당 그런대로 꽤 잘해… '더불어' 이름 덕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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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고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은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그런대로 꽤 잘하고 있는 것이 ‘더불어’라는 이름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혼자서는 약하고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하면 강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요즘 촛불집회가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린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서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는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명 응모자는 신 교수의 ‘더불어숲’ 정신에서 ‘더불어’를 따왔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추도사에서 참여정부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신 교수와의 인연부터 풀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신영복 선생님을 아주 존경하셨다. 취임 초에 관저로 초청했는데 그때 신 선생님이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글씨를 써 주셨다. ‘대인 춘풍 지기 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즉,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는 그런 말씀이다. 정권 초라 아주 기세가 올라있는 노 대통령에게 정말 참 적절한 말씀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퇴임 직전에 또 글을 하나 주셨는데 그때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글씨를 주셨다. 그때 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의 평가도 바닥으로 떨어져 있어서 정치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참 허망하다 했는데 신 선생님은 ‘어떻게 한사람만의 힘으로 세상을 다 바꾸려드느냐. 앞으로 계속해 나가면 근래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고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우공이산’을 너무 좋아하셔가지고, 퇴임 후에는 ‘노공이산’을 자신의 아이디로 사용했다”고 웃으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신 교수로부터 ‘사람이 먼저다’와 ‘처음처럼’이란 글귀를 건네받은 사연도 설명했다.

“제가 지난번 대선 때 ‘사람이 먼저다’를 슬로건으로 썼더니 선생님이 ‘사람이 먼저다’를 글씨로 써서 보내주셨다. 지난번 대선 내내 사용을 했는데 제가 결국 패배하고 선생님을 뵜을 때 너무 송구하다고 죄송스러워 하니까. 그때는 다들 멘붕을 이야기 할 때인데, 그때 선생님께서는 ‘무슨 말이야, 너무 잘했어. 우리 한국 같은 이런 아주 압도적인 보수적인 지형 속에서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득표를 했으니까. 이긴 것이나 진배없어. 그대로 그냥 변함없이 쭈욱 나가면 다음에는 꼭 이길 거야’ 그렇게 말 해주셨다.”

이 대목에서 문 전 대표는 목이 메이는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다시 문 전 대표는 “그 뒤에 표고까지 하셔서 ‘처음처럼’ 글씨를 보내주셨다”며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이란 뜻이 잠긴 새 작품이었는데 저에게 초심을 잃지 말고 그대로 노력하라는 말씀이셨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 뒤 효자동에 있는 추어탕 집에서 선생님을 뵜는데 다 함께 밴드를 만들어서 전국을 다니며 젊은 사람들을 만나 투표하게끔 하겠다고 하셨다”며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저로서는 못내 아쉽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촛불 하나하나는 가냘프지만, 많은 촛불이 모이면 세상을 바꾸는 도도한 힘이 된다”며 “그렇게 선생님 뜻대로 많은 촛불들과 함께 더불어 정권교체를 하고 세상을 꼭 바꾸겠다. 그래서 내년 2주기 추모식 때는 선생님이 뜻하셨던 ‘더불어 숲’이 이제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자랑스럽게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을 마쳤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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