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기업하다 정신과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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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차이를 견딜 수 없어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네슬레 이삼휘(58.사진) 사장은 1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리아리더스 포럼에서 특이한 사연을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이 포럼은 매달 공학한림원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이날의 주제는 '외국 기업인이 본 한국의 경쟁력'.

이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활동하다 30년 만인 2002년 4월 네슬레 한국법인의 첫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2003년 7월 한국네슬레는 파업과 직장폐쇄로 이어지는 극한 노사 갈등 끝에 그해 12월 겨우 정상화됐다. "한국은 불법을 정당화하려는 문화가 만연돼 있습니다. '민주화 운동'이라고 이름 붙이면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한국인들의 인식을 아무리 스위스 본사에 얘기해도 이해시킬 수 없었고, 결국 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법을 따로 만들지 말고, 만들어진 법을 잘 지키게 하면 된다"며 "법대로 하면 '야박한 사람'이고, 적당히 하면 '인정 있는 사람'으로 통하는 사회 분위기는 외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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