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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일해야지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번 농성사태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임을 통감합니다. 지난 7일동안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습니다』 2일 밤10시20분 경남 울산시 태광산업 본관앞.
7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l천2백여 근로자들 앞에 강홍섭공장장(48)이 나서 연설을 한다.
7일간 8차례의 노사협의끝에 14개항의 최종 합의를 보고난 직후. 당초 요구보다 후퇴한 14개항 합의에 반발을 보였던 일부 농성자들도 공장장의 솔직·겸허한 반성의 소감에는 귀를 기울이는 모습들이다. 공장장의 사과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잠시후 근로자들은 농성을 풀기로 결의했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울산지역의 노사분규사태중 가장 심각했던 「태광사태」가 일단 해결을 보는 순간이었다.
본관앞 잔디밭에서 만난 김모양(16), 『7일동안의 고생이 보람이 있네예. 월급도 더준다카니예』 중학교를 갓 졸업한 뒤 7개월전 이 공장에 입사, 하루 12시간씩 일해 10만여원을 받아왔다는 김양은 노사합의 사항을 눈물을 글썽이며 반긴다. 『휴가를 반납하면 돈을 지불해준다는 말이 사실인가예. 일을 더 열심히 해야지예 지금처럼만 일해도 사장님이 3만∼4만원을 더 준다카는데…』 10여시간 근무를 우유 한봉지로 버티고나면 내의는 물론 근무복까지 땀으로 흠뻑젖었었다는 김양은 하기휴가도 반납하겠다고 했다.
한때 회사측이 폐업·휴업까지 검토했고, 일부 근로자들은 공장시설 파괴등의 극한투쟁까지 계획했었던 「태광사태」 관권의 개입이 일체없이 노사 상호간의 끈질긴 대화로 일단락됐다. 상호 양보와 함께 사용주측의 자기반성이 성과를 거두었다.
농성이 끝난뒤 근로자들은 일부 남아 농성장을 청소했다. 관리직 사원들은 「7일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협의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제부터 태광은 노사가 더 강한 일체감으로 보다많은 생산, 더 큰몫의 분배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울산=김우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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