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에 '방패 역할'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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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금융제재 해소와 6자회담 재개가 핵심=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7일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의 난관'을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의 달러 위조지폐 문제와 관련해 마카오 델타방코아시아에 개설된 북측의 계좌들을 동결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미국계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북한 경제의 젖줄인 중국조차 미국 측 요구로 '북한 옥죄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에게 6자회담 재개를 조건으로 달러 위폐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중재해 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관련 국가와 6자회담 과정이 계속 전진하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으로 이를 수락했다.

이와 관련, 중국 측은 북.미 간의 대화 채널을 주선했다.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 베이징에서 만나도록 다리를 놓았다. 이 자리에서 김 부상은 "북한 수뇌부는 모르는 상태에서 하부 기관이 저지른 불법행위"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정부 차원의 사과 표명,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도 거론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6자회담과 위폐 문제는 별개"라며 대북 금융제재 카드를 검토 중이다.

김 위원장은 일단 후 주석으로부터 '중국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번 방중의 가장 큰 성과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엄청나게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은 '패키지 방식'의 타협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일본이 중국의 '입'을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방중 성과는=후 주석은 "중.조 친선협조 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이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조선 방문 기간 중 이를 위해 중요한 합의를 했고 이번에 다시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시 양측은 과학.기술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무상 원조, 장.단기 차관, 기업 투자 등의 형태로 대대적인 대북 지원을 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20억 달러 지원설'까지 나돈다. 하지만 다른 소식통들은 "중국은 자신의 경제개발 계획에 맞춰 대북 지원 규모를 미리 책정해 왔다"고 강조했다. 즉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총량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항목별 지원 규모와 시기를 정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지원은 없다는 시각이다.

김 위원장이 광저우(廣州), 주하이(珠海), 선전 등을 방문한 데 대해 미국을 향한 러브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혁.개방의 발원지를 직접 찾아 이를 집단으로 학습하는 모습을 연출해 '우리도 달라지고 있으니 더 이상 목줄을 조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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