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전국 첫 '교장 고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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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선 교장 자격증이 있어도 교장으로 승진 못한다. 합격 점수까지 정해진 별도의 시험을 통과해야 교장이 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장 역량평가 제도를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교장 고시'다. 오는 5월 첫 역량평가를 치르고, 9월 1일자 교장 인사부터 평가 결가를 반영한다.

교사에서 교감, 다시 교장이 되는 것은 사실상 시간 문제다. 교사를 20년 이상 하면 교감 자격을 얻고, 교감으로 3년 이상 근무하고 교장 연수를 받으면 다시 교장 자격을 얻는다. 소속 시·도 교육청은 경력점수 등을 평가해 순서대로 초·중·고등학교장으로 배치한다.

대구에선 여기에 시험이 하나 더해진다. 교장 자격을 얻은 예비 교장들을 따로 연수원에 모은다. 그러곤 3일 동안 연수원에서 세 가지를 평가한다. ①서류함기법 ②역할연기 ③그룹토의다. 학교폭력이 발생했다거나 신설학교가 생겼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법 등을 보고서로 내도록 하는 식이다. 구술 시험 개념의 발표 시험도 따로 있다. 이를 통해 학교장으로의 각종 문제에 대한 위기대응 능력, 인사관리 기법, 성과관리 능력 등을 평가한다.

점수는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외부 교육기관이맡는다. 합격은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이다. "능력이 없다", "능력이 있다"는 의견을 내는 동료 교원의 다면평가도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불합격 예비 교장들은 재수를 해서 다음해 다시 교장 고시에 도전할 수 있다.

교장 고시의 도입 배경은 교장의 역량 강화다. 지난해부터 대구시교육청 내부 '핫라인'에는 교장과 교사의 갈등, 학교폭력 신고 등이 여러건 접수되고 있다. 학교 내부 민원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교장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자유게시판에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에 대한 고발 글이 올라왔다. 이 교장이 결재 지연, 청소 수의 계약 특정 업체 강요 등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부족한 교장 자리 확보도 교장 고시 도입의 배경 중 하나다. 대구에선 한해 100명 정도의 예비 교장이 나온다. 그런데 교장 자리는 50개 정도다. 공립 초교 220개, 중학교 90개, 고등학교가 44개 뿐이어서다. 평가를 해서 교장 발령을 내면 신규 교장 발령 순서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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