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계속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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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다음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사진) 회장의 후임으로 대기업 그룹 총수가 아닌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사회 각계에서 요구해온 ‘전경련 혁신’을 위한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허창수 회장 임기 다음달 끝인데
LG 등 탈퇴로 혁신 사실상 무산
오늘 회장단 회의서 외부 영입 논의

전경련은 12일 오후 허 회장 체제의 마지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등에 대해 논의한다. 장소와 참석자, 회의 내용 등은 모두 비공개다. 다만 삼성·현대차·LG 등 10대 그룹 총수들은 모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이 이미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데다, 삼성과 SK·현대차그룹 역시 활동 중지와 회비 납부 중단의사를 밝혔다. 격월로 열리는 정기 회장단 회의는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와 검찰수사 때문에서 열리지 못했다.

전경련은 다음달 열릴 정기총회 전까지 차기 회장·상근부회장 후보와 조직 쇄신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대기업 회원사의 탈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회장·부회장까지 공석이 되다면 전경련 조직 와해는 한층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장단 소속 그룹 총수 중에서 올해로 총 6년간 전경련 회장을 3연임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 차기 회장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대기업 그룹 총수가 아닌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지금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 있고, 회장단인 주요 그룹들도 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으로 힘겨운 상황이라 기업 총수 중에서 회장을 모시는 것이 어렵다”며 “이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회장단을 이끌 외부인사라도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전경련에서는 과거에도 그룹 총수가 아닌 인사가 회장에 오른 적이 한 번 있었다. 19대 회장(1989~91년)을 지낸 유창선 전 국무총리다.

전경련은 또 그간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이 또한 위원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혁신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조직 쇄신작업이 동력을 잃어버렸다”며 “결국 이승철 상근 부회장이 주도해온 소폭의 개편안이 회장단 회의에 보고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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