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돈을 빌려준 게 아닙니다 마음을 빌려 줬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돈을 빌려준 게 아닙니다 마음을 빌려줬습니다(to. 백발의 사기꾼)
‘백발 할머니를 조심하세요’  한 할머니가 교통비가 없다는 이유로 2만원을 빌려간 후 감감무소식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2만원만 빌려줘”  이 할머니는 손자들이 학원에  등록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는  지갑을 놓고왔다며 돈을 뜯어냈습니다.
‘우리학원도 당했다’며 피해자들이  댓글을 달았고 결국 경찰 수배 결과  할머니는 검거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할머니는 지난 9년간 전국을 떠돌며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속인 거잖아요  교묘하게 우리 마음을 이용한 거잖아요”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선의를 이용했다는 점이 괘씸했다고 합니다
타인의 선의를 악용하는 사람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선의로 모인 기부금을 제멋대로 사용하는가 하면
“아니, 좋은일 하는데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죠?” “공짜로 해주셨다면서요, 저도 공짜로 해주세요”  재능기부를 마치 재능착취인 양 공짜 노동력 취급하기도 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휴대폰을 일부러 버려놓고는 선의로 주워준 사람을 절도범으로 모는 피해유도범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죠
사실 이런 사기죄들이 피해를 주는 건 고작 2만원이라는 ‘돈’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선의를 악용하는 이들은 의도가 뭐였든 사람 간의 신뢰를 파괴하고 서로 못 믿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밤길 짐승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합니다. 사회 고위층의 말과 평범한 사람의 욕심 속에서 이 말을 절절히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서예리 인턴 se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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