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대중연설을 했다. 시카고는 그의 정치적 고향이며 2008년과 2012년 두차례 대선에서 승리한 뒤 모두 시카고에서 승리연설을 했다.
“It‘s good to be home(집에 오니까 좋다)”며 연설을 시작한 그는 “거실과 학교, 농장, 공장 생산 라인에서, 또 해외의 군부대에서 당신들과 나눴던 대화가 나를 만들었다”며 “나는 당신들로부터 배웠다.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덕분에 우리가 시작했을 때보다 미국은 더 좋고 강해졌다”고 말했다.
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한 그는 "4년을 더 있기를 바란다"는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웃으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부시가 내게 해줬던 것처럼, 나도 트럼프에게 자연스럽게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바마의 고별 연설 자리에는 수 천명의 지지자들이 함께 했다. 8년 임기를 마치고도 여전히 5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는 오바마의 마지막 대중 연설 행사는 표가 고가에 암거래 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고별 연설을 마무리하며 오바마는 "당신들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다"며, "변화를 이뤄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능력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당시 구호인 "예스 위 캔(Yes we can)"에 "예스 위 디드(Yes we did)"를 함께 외치며 연설을 마무리 했다.
한편, 44명의 대통령 중 고별 연설을 한 대통령은 오바마를 포함해 13명 뿐이다. 1953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처음으로 고별연설을 했으며, 대부분 백악관에서 진행됐다. 백악관 이외의 장소에서 연설한 대통령은 오바마 외에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연설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날 오바마의 고별연설은 시간도 이례적이었다. 무려 50분간 이어진 이날 연설에 비해 조지 W.부시의 연설 시간은 15분,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고별 연설 역시 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까지 마지막 비행을 했다.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사진=AP·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