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대접않는 사회|기상대의 인재부족을 보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상 이변이 있을 때마다 기상당국에 대한 원성이 높다.태풍 셀마의 진로와 영향의 범위를 정확히 예측했더라면,호우경보를 좀더 일찍 발령하고 예상 강우량을 좀더확실하게 미리 예측했더라면 하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물론 이같은 수재가 안전시설등의 미비나 부실이라는 원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이렇게 취약점 투성이인 방재환경에서,허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예보의 중요성은 비례해서 높아진다.사전대피로 인명피해라도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뜻에서 기상예보 당국은 핀잔을 면할 길이 없게 되었다.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기상대에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아직도 허술한 예보장비나 전문기상인력이 확보되지 못한 원인과 책임은 기상대 자체보다는 행정당국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부족한 인력과 절대수가 모자란 기상관측소,기상레이다망의 불비,뇌산화가 요원한 통신망,기타 종합적으로 고성능 첨단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책임을 기상대에만 물을 수는 없다.이웃 일본만 비교해도 우리 기상대가 예산면에서는 20분의1,인력은 10분의1에 불과하다.국토면적 1천평방방당 기상대 인원은 일본이 26명인데 비해 우리는 그 4분의1 정도다.인력의 질적인 면에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7백여명의 기상대 직원중에 정규 이공대출신 전문 인력은 수십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상대 자체 양성으로 충당하고 있다.그나마 만족할만한 성과에는 못미치고 있다.대학의 천문기상학료에서 해마다 1백여명의 인력이 배출되고있으나 기상직에 취업하는 인력은 그중 2∼3명에 불과하다.이처럼 전문인력의 기상직 기피현상은 처우가 나쁘기 때문이다.타직종에 비해 취업환경이 열악하고 사회적 인식이 낮아 고급 전문인력을 확보할수 없다면 앞으로의 기상업무의 질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해마다 한파,가뭄,홍수,냉해등 각종 기상재해는 늘어나고 있어 관측기술의 고급화와 예보장비의 현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있다.이 구조적인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상투자의 과감한 증액이 선행돼야 한다.우리의 경제개발은 지금까지 가시적 효과에 치중한 감이 없지않다.이제 GNP(국민총생산)가 세계 17위쯤 되는 경제수준이 되었으면 기상,공해,안전등 기본적인 생활과학 분야에도 관심을 집중시킬 단계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겉모양이 그럴듯한 하드웨어쪽은 그래도 많이 발전했는데 기상예보와 같은소프트웨어쪽은 아직도 후진국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런 면에서 GNP척위인 스웨덴과 우리의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인것 같다.이것은 이번 태풍과 폭우가 준 산교훈이기도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