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너마저…트럼프 트윗에 백기 든 자동차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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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 위협’이 일본 도요타를 무릎 꿇렸다. 한국 제조업체들도 바짝 엎드린 상태다.

토요타 아키오 사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앞으로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5일 “도요타가 멕시코 바하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는 데 이는 절대 안 될 일”이라며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트윗을 띄운지 나흘만이다.

도요타 측은 이번 결정이 국경세 부과 압력과 관련이 없는 북미 투자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은 “도요타가 트럼프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전했다. 도요타는 2019년까지 북미 수출용 코롤라를 생산하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키로 했는데, 계획을 수정해 미국 투자를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당선 이후 고용 창출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는 이미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FAC)에 '완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멕시코 등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트윗을 여러 차례 올렸는데 포드가 자동차업체 중 가장 먼저 반응했다. 지난 3일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해 멕시코 내 소형 차량 생산공장을 세우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 생산을 위해 미시간주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뒤이어 멕시코에 7개 공장을 가동중인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픽업트럭과 새로운 지프 모델을 생산할 미국 미시간ㆍ오하이오주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같은 투자로 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화답했다. 멕시코 생산량을 늘려온 GM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국 내 투자 확대안을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미국차 ‘빅3’와 도요타가 백기를 들면서 미국 수출에 주력해온 국내차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상 압박 우려를 호소할 틈도 없이 ‘세금 불똥’이라는 된서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5월부터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 기아차가 그렇다. 올해 25만 대의 소형차를 생산해 이 가운데 60%를 북미시장에 수출한다는 계획인데, 트럼프가 관세율을 높일 경우 차질이 예상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트럼프의 트위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멕시코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중인 삼성과 LG전자도 ‘관세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멕시코 게레타로 기지에서 생산 중이다. LG전자도 멕시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지에서 TV와 냉장고를 제조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생산기지에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타진 중이다.

트럼프의 트위터 위협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불이익을 안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멕시코 공장 이전에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일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과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자인 래리 서머스 미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장 입지를 두고 멕시코와 오하이오를 저울질하는 기업들은 멕시코가 20% 이상 더 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며 “이를 막아세우면 달러가치가 더 올라 미국의 수출업체와 근로자들을 더 힘겹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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