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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식당서 호텔급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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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현대백화점 ‘일치프리아니’

백화점 식당이 변신하고 있다. 사람 많고 맛없고 불친절하기 일쑤였던 식당들이 호텔에 못잖은 인테리어와 메뉴로 재단장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식당가에 외부 유명 식당을 유치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로 인테리어도 바꿨다.

롯데백화점 본점 12층 '타이오키드'는 태국음식 전문 식당인데 대나무로 짜인 의자에 원목 테이블이 놓여있고, 곳곳에 태국 전통문양과 공예품이 장식되어 있다.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인 '뚬얌꿍', 커리의 일종인 '낑 끼오 완까이'등이 이곳에서 선보이는 메뉴다. 직원들은 주문을 받을 때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낮춘다. 이 백화점 전 식당가에서 선보이는 '퍼피독 서비스(눈높이 주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우들스'에서는 케이블카가 남산을 오르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한쪽 벽을 모두 통유리로 만든 이곳은 백화점 내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롤, 퓨전식 누들 등 메뉴도 다양하다. 이곳을 찾은 회사원 이지영(33)씨는 "전망이 좋아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자주 먹는다"며 "웬만한 호텔 식당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지난해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이 본점을 재단장하면서 본격적인 식당 경쟁에 나섰다. 청담동.이태원 등에서 인기 있는 식당을 백화점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타이오키드.커피미학, 현대백화점 본점의 일치프리아니.호면당, 신세계백화점의 자하손만두 등이다. 백화점들은 냉면.칼국수.비빔밥 일색이던 메뉴도 1인당 2~5만원대 고급 음식으로 바꿨다. 식당 손님을 매장에 끌어들여 실적도 올리고 할인점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 정지영 부장은 "VIP 고객들이 유명 식당에서 모임을 가진 뒤 백화점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식당을 유치한 뒤 이들 손님이 백화점을 찾는 횟수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와 서비스도 고급스러워졌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사천식 중국식당 '외래향'과 '국수사'는 백화점 식당 중 특이하게 복층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레스토랑 2층에서는 식당가 전체를 내려다보며 식사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1층 식당가를 분수 등이 꾸며진 야외 정원과 연결시켜 놓았다. 이 백화점 김예철 마케팅팀 부장은 "강남점은 지중해 리조트 스타일로, 본점은 휴식을 주는 별장 분위기로 꾸몄다"고 밝혔다.

백화점들은 식당가를 고급화한 뒤 고객 수도 늘었다고 주장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소비자 구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식당가를 자주 찾는 고객일수록 수입의류.잡화 등의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1인당 구매금액도 같은 소득수준의 소비자보다 10만원(반기 기준) 이상 많았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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