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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미술·음악의 "한마당"|죽음주제 「행동 예술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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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자리잡은 바탕골 예술관의 1층 로비. 로비 한가운데 2층을 관통하는 열린 천장아래 유리벽에는 검정색의 아픔이란 글씨가 씌어지고 검정종이를 오려만든 인형이 매달려있는 깃광목천이 드높이 걸려있다.
그 아래 바닥에는 죽은이의 혼백이나 신주를 모셔두는 상청. 깃광목으로 싸고 고추와 숯을 달아묶은 3개의 단이 마련되어 있다.
죽음을 주제로 바탕골예술관(대표 박의순)이 오는28일부터 8욀5일까지 마련하는 행동예술제 바탕 흐름87 『9일장』의 상징적인 현장의 모습. 연극·무용·음악·미술등에 종사하는 예술인60여명을 폭넓게 수용해 행동예술의 다양성을 구하기 위해 마련된 페스티벌이다.
한 고목의 죽음과 『미쳐서 살다가 제대로 죽는 것이 삶』이라는 한 신부의 넋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죽음』이라는 주제를 택했다는 바탕골대표 박의순씨.
그는 이번 행사가 『각 예술간의 벽을 헐고 참가자 모두가 나름의 입장에서 주제를 해석하여 현장성·상징성·상황성·즉흥성·축제성으로 요약되는 퍼포먼스의 참뜻을 살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일반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탄생의 전단계로 축복할 수 있는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이번 『9일장』은 28일행사가 열릴 바탕골 예술관을 상가처럼 꾸미는 것으로 시작된다. 건물입구 2개의 기둥은 무명천으로 싸고 외벽 한독도 무명천을 차일처럼 늘어뜨린다.
예술관 옆 야외조각장에서는 김명숙·박방영·이상석·이강일씨가 종래의 캔버스·그림물감·붓을 벗어나 마대·짚단등을 이용한 작품을 자유롭게 제작한다.
『9일장』에 앞서 23, 24일께에는 지신밟기, 죽은 사람의 넋이 저승에 갔을때 문을 열어준다는 의미로 행해지던 뭇굿(문)이 있다.
30일에는 기국숙(연출)·임경숙(미술)씨의『방관V』와 『우리의 아벨』. 31일은 신영성씨 (행위예술)의 『아굴의 기도』, 김기인씨(현대무용)의 『다스한 나라로II』. 8월1일은 박찬응씨(연극)의 『청의 죽음』. 2일은 한상근씨(한국무용)와 춤패아홉의 『적색경보』. 3일은 무세중씨(연출)의 『통일을 위한 피의 살풀이』를 줄인 행위예술판 『통·피·살』.
4일에는 『열려진 시간 열려진 공간』이란 제목으로 다양한 퍼포먼스가 야외조각장에서 행해진다. 5일은 설치미술 해체와 사물놀이 연주, 공연자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한데 어울리는 자리도 마련된다.
이 기간동안의 모든 퍼포먼스는 이원곤씨(비디오 아트)에 의해 비디오카메라에 담겨져 계속 돌아간다. 또한 9일장기간동안 매일 하오3시, 4시, 5시에는 서강대 커뮤니케이션센터가 협찬한 20분, 40분 상영시간의 유럽의 작은 영화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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