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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설 연휴 전에 대선 예비후보 등록하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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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바일 투표? 우리 당에선 그런 말 안 써요.”

민주당 대선 경선 ‘룰의 전쟁’ 돌입
비문 반발하는 모바일 투표 쟁점
당직자 “모바일 아닌 ARS로 부르길”
박원순 “문은 적폐 청산의 대상”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후보 경선룰과 관련해 ‘모바일’이란 단어를 꺼내면 당직자들은 질겁부터 한다. 대신 당직자들은 ‘ARS(음성자동응답시스템) 투표’로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내에 ‘모바일’이란 말에 반감이 높아 ARS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사진) 대표는 8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오늘부터 당내 경선 룰을 마련하고 적어도 설 연휴(27~30일) 시작 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겠다”고 했다. ‘룰의 전쟁’ 돌입을 선언한 셈이다.

경선 룰 협상의 최대 쟁점은 모바일 투표다. 모바일 투표는 사전에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일반 국민이나 당원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ARS에 맞춰 투표하는 방식이다. 투표소에 갈 필요 없이 간편·신속하게 투표가 가능한 국민참여형 제도다. 추 대표도 이날 모바일 투표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2012년 당시 ARS 투표에 100만여 명이 참여했는데 이번엔 200만 명 이상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은 300만 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버 등 인프라 구축에는 20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정당 경선에 200만 명 이상의 국민을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흥행을 위해서나 대선 전략을 위해서나 정당으로선 이익이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는 친노진영의 ‘전가의 보도’라는 인식이 강해 모바일을 모바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는 게 민주당의 현실이다. 일부 차기 주자 진영은 아예 모바일 투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모바일 투표만 하면 온라인 팬클럽 층이 두꺼운 친노·친문계의 승리로 끝나면서 대표성에 문제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12년 당 대표 경선이었다. 전국을 순회하며 열린 당시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는 전 지역의 현장 대의원 투표(30% 반영)에서 이해찬 후보(친노)에게 승리했다. 그러나 단 하루 동안 실시한 시민·당원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70% 반영)에서 결과가 뒤집혀 당 대표 자리를 내줬다. 민주당은 그해 대선후보 경선도 국민참여경선 형식으로 치르며 투표 방식으로 현장 투표 외에 모바일 투표를 가능하게 했다. 결국 경선은 문재인 후보의 승리였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모바일 투표에 의존하면 당심(黨心) 왜곡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아예 모바일 투표를 하지 말고 권역별 현장 연설 후 당원·대의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친문 인사를 줄 세우며 분당이라는 폐해를 낳았다”며 “당의 분열을 불러온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문 전 대표가 당을 지배하고 있고 이런 기득권이 여러 문제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모바일 투표엔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장을 돕는 정성호 의원은 “모바일 투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초래한 부정 경선의 원인이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선 룰과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 을 맡은 양승조 의원(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장)은 “현실적으로 ARS 투표를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영비율 등은 후보들의 의견을 수렴해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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