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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과일고기, 70㎜ 지갑, 명상앱…‘제2 아이언맨’ 꿈꾸는 20대 괴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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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실패작이 쌓여 가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생활양식이자 원칙이다.

돈보다 아이디어로 움직인다. 한 주에 100시간 이상 일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괴짜 경영자인 머스크의 꿈을 좇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3일(현지시간) 산업 흐름을 주도하는 청년 리더인 ‘30세 미만의 유망주(30 under 30)’ 명단을 공개했다. 마케팅&광고, 교육, 에너지, 스포츠 등 20개 분야에서 30명씩 총 600명을 뽑았다. 포브스가 6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래를 설계할 때 가장 동기 부여가 됐던 롤모델(No.1 dream mentor)’이 머스크였다. 차세대 머스크를 꿈꾸는 20대 유망주 가운데 기존 산업을 뒤흔드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5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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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SNS 접목한 대니얼 조지
오바마 국정연설 마케팅 따내

정치는 보수적인 문화 탓에 혁신이 일어나기 힘든 분야다. 하지만 대니얼 조지(25) 리밋리스 크리에이티브컴퍼니(Limitless Creative Co.) 창업자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올해 초 미국 백악관 국정연설을 한 시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국정연설을 꼭 봐 달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등을 포함해 9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국정연설 뒷이야기, 준비 과정 등은 스냅챗을 통해 공개했다. 국정연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유튜브 스타들과 의견을 나누는 생방송 인터뷰도 유튜브에 올렸다. 조지의 아이디어로 오바마의 국정연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성공적으로 공유됐다. 포브스는 조지를 “고객을 소비자가 아닌 자발적 참여자로 만든 혁신가”라고 평가했다.

‘스터디수프’ 시에바 코즈니스키
대학 수강노트 공유 사이트 열어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은 시에바 코즈니스키(26)는 남들이 말리는 일에 도전하는 ‘미친 사회’에서 기술 진보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대학 2학년 무렵 똑같은 교과서로 같은 시간에 공부하는데 좋은 필기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잘된 노트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2년 3월 그는 ‘스터디수프(StudySoup)’라는 대학생 필기노트 공유 사이트를 만들었다. 교육의 기회를 넓히고 수익도 나눌 수 있었다. 예컨대 필기노트 귀재들은 노트만 공유해도 월 1200달러(약 143만원)를 벌었고, 노트 필기를 못하는 학생들은 한 달에 15~20달러를 내면 질 좋은 노트로 공부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노트 베끼기를 조장한다’며 교육업계가 비판하자 그는 “교육업계의 보수적인 문화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응수했다.

카드 안 꺼내고 카드 긁는 지갑
스티븐 응, 대학 때 6만 달러 펀딩

금융권·법률계에서 일하기를 꿈꾸던 스티븐 응(24)의 인생 목표가 바뀐 건 2012년, 킥스타터를 알게 되면서다. 제품 아이디어, 모금 목표액, 개발 완료 예정시점 등을 킥스타터 웹사이트에 올려놓으면 해당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입찰을 하고 펀딩이 성공해 개발이 완료되면 나중에 제품을 받는 식이다. 스티븐 응은 “머리에 반짝 불이 켜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남성용 액세서리와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예전부터 지갑을 만들고 싶었다. 시중에 나오는 지갑은 너무 두툼했다. 100㎜×70㎜ 크기로 아이폰만큼 날씬한 지갑이라면 주머니에 넣어도 스타일이 살 것 같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도록 지갑 가운데에 네모난 손가락 구멍을 냈다. ‘대시 월렛’이라는 멋진 이름도 지었다.

문제는 이 모든 아이디어를 실현할 손재주였다. 펀딩을 받기 위해 프로모션 비디오를 찍어야 했는데 이때 시제품이 필요했다. 포토샵을 쓸 줄 몰라 디자인은 연필로 그렸고, 온라인 튜토리얼로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 시제품용 지갑은 급한 대로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로 모양새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원맨쇼였다. 온라인장터 알리바바를 통해 제조업체를 찾았고, 제품에 코멘트를 단 블로거들을 찾아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을 구했다. 첫 프로젝트는 1만 달러(약 1120만원) 펀딩을 목표로 잡았다.

반응이 좋았다. 6만4049달러가 모였고 2813개의 지갑을 팔았다. 수익으로 집세와 한 학기 등록금을 냈다. 그때 그의 나이 19세였다. 즉시 다른 버전의 지갑을 생각했고 2012~2015년 10개가 넘는 킥스타터 지갑 프로젝트로 150만 달러의 펀딩에 성공했다. 2012년 2~3개에 지나지 않던 지갑 관련 펀딩 프로젝트는 현재 1000개 가까이 늘어났다. 스티븐 응은 2015년 11월 말부터 다품종·소량생산으로 고급 시계를 싼값에 살 수 있는 엘리엇하복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버리는 인도 과일을 영양식으로
애니 류, 미국 수퍼마켓 진출

보스턴 토박이 애니 류(27)가 ‘보석’을 발견한 곳은 인도였다. 2011년 6월 하버드대 2학년생이던 애니 류는 인도 남부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길거리를 지나던 애니 류는 카트마다 쌓여 있는 작물에 눈길이 갔다. 동물 호저를 닮은 초록색 과일이 신기했다. 잭프루트였다. ‘원산지는 인도로 칼로리가 높음. 칼륨·칼슘·철분이 많아 전분 주식보다 영양분 풍부’라는 검색 결과가 눈에 띄었다. 애니 류는 잭프루트의 질감이 고기와 비슷해 맛을 입히면 고기 대용 식품으로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잭프루트의 75%가량은 나무 아래 떨어진 채 버려지고 있었다. 작은 것은 5~7㎏ 정도였지만 45㎏까지 자라는 잭프루트를 옮기고 가공할 기반시설이 없었다. 40~50년 전에는 주식으로 먹었지만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치부돼 상업적으로 잭프루트가 재배되는 농장은 한두 군데에 불과했다.

애니 류는 일단 미국에 ‘잭프루트컴퍼니(The Jackfruit Company)’라는 스타트업을 세우고 더레솔루션(듀폰이 후원하는 비영리단체)·인디고고·킥스타터 등을 통해 초기 자본을 마련했다. 미국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잭프루트를 글루텐 프리, 섬유질이 풍부한 고기 대체 식품으로 알렸다. 말린 잭프루트를 가공해 햄버거 사이에 패티처럼 끼워 먹을 수 있도록 바비큐맛·참깨생강맛·커리맛 등 다양한 맛도 개발했다. 150만 달러(약 18억원)의 펀딩을 받아 인도 내 350개가 넘는 잭프루트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에서 수출된 잭프루트 제품은 미국 내 홀푸드 등 2000개의 수퍼마켓에서 4.99달러(약 5900원, 말린 잭프루트 284g)에 팔리고 있다.

창업 스트레스 치유한 경험 살려
김윤하, 명상 앱 스타트업 세워

일론 머스크를 꿈꾸는 한국인 여성 기업가도 있다. 명상 스타트업 심플해빗(Simple Habit) 창업자인 김윤하(27)씨가 주인공이다. 2011년 듀크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그는 2013년 2월 대학 동기와 함께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 서비스 회사인 ‘로켓’을 창업하기 위해 월가를 떠났다. 김씨는 “스마트폰 유저들이 화면을 하루에 150번씩 본다. 잠금화면을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의 아파트 한 채를 빌려 좁은 거실에서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면서 서비스를 준비했다.

로켓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모델 타이라 뱅크스의 투자를 받으며 유명해졌다. 성장성을 인정받은 로켓은 2015년 7월 모바일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에 인수됐다. 인수 이후에도 CEO를 맡았던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각국을 여행하며 새로운 사업 구상에 나섰다. 지난해 5월 김씨는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고 명상 스타트업 심플해빗을 세웠다. 그는 “로켓을 창업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아 시작한 명상의 효과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미 하버드대 심리학자와 구글 명상 프로그램 엔지니어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한 심플해빗 앱은 5분 단위의 짧은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스타트업 스트레스가 새로운 스타트업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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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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