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가구당 4450만원 빚 전북 농가평균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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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부지 선정과 관련, 정부는 '현금 보상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전북 부안군 위도 주민들은 여전히 현금 보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안어업의 부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현금 보상을 안하고 사업 추진에 나설 경우 부안군민과 위도 주민 등의 저항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위도 주민들의 가계부를 들춰봤다.

"오죽 살기 힘들면 남들은 곁에도 못 오게 하는 혐오시설을 집 앞에 받겠다고 자청했겠소."

상당수 위도 주민은 원전센터 유치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원전센터 유치신청 직후 주민들은 "낙후된 지역발전뿐 아니라 가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유치에 동의했다"고 했었다.

전북 부안군에 따르면 5일 현재 위도 주민들은 수협에 1백30여억원, 농협에 90여억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은행.새마을금고 등의 대출금까지 합칠 경우 모두 3백여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센터 유치 청원을 하기 전인 지난 4월 당시 6백74가구(1천4백58명)가 거주했던 것을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4천4백50만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북 농가당 부채(1천8백70만원)의 2.4배나 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3백74명)을 제외한 경제활동 인구만을 고려할 경우엔 가구당 빚은 평균 1억원 가까이 된다.

어선을 갖고 있는 위도의 선주 57명은 보통 2억~3억원씩, 많게는 4억~5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선주 金모(63)씨는 "선원 7~8명에게 1백20만~1백30만원씩의 월급을 주고 월 4백만원이 넘는 기름값 등 유지비를 충당하려면 월 3천만원의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올 들어 1천5백만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며 "고기가 갈수록 안 잡히다 보니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위도 주민들은 어장이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직선거리로 21㎞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발전소 온(溫)배수로 수온이 올라간 데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바다 밑에 토사가 쌓이는 바람에 어패류 자원이 크게 줄어 어획고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낚시꾼들에게 배를 빌려주는 50여 가구와 음식점 10여곳, 민박집 1백20여곳도 보통 수천만원씩의 빚을 안고 있었다. 고기가 안 잡히자 너도나도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기 위해 돈을 빌려 투자했지만 사계절 관광지가 아니어서 장사가 신통찮기 때문이다.

위도면사무소 한 직원은 "보통 집도 자녀들을 전주 등 뭍으로 보내 공부시키느라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빚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했다. 뭍과 단절된 섬의 특성으로 주민들이 서로 빚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빚더미에 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대리마을의 한 주민은 "우리 마을엔 선주가 많은 지역인데 지난해에만 주민 3명이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달아나 보증을 섰던 주민들이 빚을 떠안았다"며 "우리 마을 78가구의 빚은 평균 1억5천만원쯤 된다"고 말했다.

5년 전 위도에 들어왔다는 李모(47)씨는 "원전센터가 들어오면 그 보상금으로 빚을 갚아 부채를 아이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대다수 주민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위도=이해석.장대석 기자

<사진 설명 전문>

5일 원전센터 백지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 회원들이 차량 3백여대를 동원해 전북 부안군과 전주시 사이를 서행 운전하며 시위하던 중 전북 부안군 동진면 동진교 다리 위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부안=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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