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재인 주의보' 발령…문재인 비판하면 문자폭탄, 1+17원 후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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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문재인 주의보’가 발령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의원들에게 항의 문자와 18원 후원금이 쇄도하면서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개헌보고서’를 비판했다가 항의문자 수천통을 받았다. 김 의원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당의 공식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이후 문자 폭탄이 쏟아지자 김 의원 측은 ”비록 문자라고 하더라도 며칠간 거센 항의를 받고 욕설을 들으면 사람이 위축되게 마련“이라며 ”문자폭력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보고서를 비판하는 초선의원 20인에 이름을 올렸다가 항의 문자를 받았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초선 동료의원들과 함께 연구원 보고서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전화도 많이 오고 페북이나 트위터 등에도 댓글이 많이 달렸다“며 ”‘당을 떠나라’‘개헌을 주장할거면 입을 닫아라’‘다음 총선에서 공천 못 받을 거다’등의 문자도 많이 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토론과 설득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지, 이런 식의 압력이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며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늘 그래왔듯이 어떤 불편함도 감내하고 할 말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동료 의원들에게는 18원 후원금도 쇄도하고 있다. ‘국회개헌반대’란 예금주 이름으로 1원과 17원을 나눠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약을 올린다는 취지로 최소 단위인 1원을 입금해 놓고 추가로 17원을 더 입금하는 식이다. ‘개헌보고서’를 비판한 의원 뿐만 아니라 손학규 전 민주당 주최 행사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에게도 ”너는 친문인줄 알았는데“라는 항의성 문자도 쏟아지고 있다. 18원 후원금과 항의 문자 폭탄을 받은 한 의원은 ”당해보면 문 전 대표 측에 치가 떨린다”며 “문제는 이를 제어하는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친문패권주의 청산이 정권교체보다 중요하다”고 했던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이날 “항의 문자를 수없이 받았는데 한 사람이 한글자씩 수 백 통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와 가까운 김광진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치후원금 18원을 보내는 것보다 보낸 후원금을 환불 요청하는 것이 해당 의원들을 괴롭힐 수 있다”며 “정치후원금 18원을 환불 요청하자”고도 제안했었다.

채윤경·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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