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신생아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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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생아 2' - 김기택(1957~ )

아기를 안았던 팔에서

아직도 아기 냄새가 난다

아가미들이 숨 쉬던 바닷물 냄새

두 손 가득 양수 냄새가 난다

하루종일 그 비린내로

어지럽고 시끄러운 머리를 씻는다

내 머리는 자궁이 된다

아기가 들어와 종일 헤엄치며 논다



만삭의 산모가 출산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함께 보던 아이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묻는다. 나도 처음에는 저렇게 작았어요? 잘생겼었나요? 아빠 기분이 어땠어요? 아주 큼직한 무만 했고, 나를 닮아 눈이 작았고, 그래도 너무 행복해 부자가 되었다고 대답했다. 아직도 아이와 나는 탯줄이 연결돼 있다. 막 일곱 살이 된 아이조차 몸에서 젖내가 나고, 계산 많은 나의 머리를 말끔히 씻어 준다. 아이들은 오염이 없는 우주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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