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밀집사육’ 2012년 법으로 금지…13년간 AI 발생 영국 3건, 스웨덴 1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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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철새다. 철새의 이동거리가 방대한 만큼 AI는 세계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하지만 AI로 인한 피해 규모는 나라별로 다르다. 방역과 관리 수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친환경 사육 방식의 도입 여부가 피해 규모를 가르는 중요 원인 중 하나다.

선진국도 AI 발생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미국에서는 칠면조·닭·오리 등에서 연례행사처럼 AI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AI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유럽에서도 AI가 발생해 확산하고 있었다. 유럽 최대 가금류 사육국가인 프랑스에서는 지난 2일 중서부 지방인 되세브르 지방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덴마크·독일·스위스·스웨덴 등에서도 AI는 확산일로다. 1년 전에도 프랑스 서남부에서 AI가 극성을 부리면서 프랑스 대표 음식 푸아그라의 원료가 되는 집오리와 거위 사육이 한때 중단됐다. 일본에서도 한국이나 유럽과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AI의 발생은 무차별적이지만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일본은 이번 AI 확진 판정 2시간 만에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방역을 지시하고, 국가재난상황임을 선포하는 등 발 빠르게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0만 마리의 살처분만으로 상황은 사실상 진정됐다. 3000만 마리가 살처분된 한국의 15분의 1 규모다. 유럽도 확산 속도나 살처분 대상 가금류 숫자 등에 있어서 한국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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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차이의 일차 원인을 공장식 밀집사육 여부에서 찾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AI 건수를 보면 영국은 3건, 독일은 8건, 스웨덴은 1건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의 친환경 사육 비율은 영국 48%, 독일 89%, 스웨덴 78%이다.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012년부터 아예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했다. 일본은 좁은 국토 등의 한계 때문에 법으로 밀집사육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장사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서서히 동물복지 강화 쪽으로 무게 추를 옮기고 있다. 반면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한국처럼 밀집사육이 만연한 곳에서는 여전히 AI가 발생할 때마다 막대한 피해가 수반된다. 중국에서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2014년 이후 17명이 AI에 감염돼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친환경 사육을 한다 하더라도 AI에 감염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밀집사육과 비교하면 피해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 정부가 사육체계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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