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JP모건-인도네시아 정부 싸움

중앙일보

입력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의 투자의견을 낮춘 데 따른 보복으로 투자은행 JP모건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주식(equity)에 대한 JP모건의 평가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인도네시아 재무부가 JP모건 측에 전달했다”라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1월1일부터 JP모건과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13일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낮추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신흥국의 리스크 프리미엄(투자자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데 따른 수익)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트럼프노믹스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를 지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JP모건의 보고서가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스리 물라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은 JP모건에 대해 “이름 있는 금융기관(the institutions with big names)이라면 투자자를 호도하는 행위보다는 긍정적인 투자 심리를 조성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JP모건의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11월14일) 인도네시아 시장은 출렁거렸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대표지수인 자카르타종합지수(JSC)는 2.22% 하락 마감했다. 국채 시장도 출렁거렸다. 국채 수익률(10년물)도 0.46%포인트 올라 2011년 1월 이래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일주일 만에 10억 달러 상당의 인도네시아 국채를 매각했다.

WSJ은 로버트 파크파한 인도네시아 재무부 국장을 인용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계 단절 선언에 따라 JP모건이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사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성하는 은행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 정부채권의 판매 대행사 자격도 상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 측은 인도네시아 사업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애드리인 모왓 아태지역 JP모건 수석전략가는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사인 템포와의 인터뷰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태지역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크리스 코커릴 JP모건 상무이사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진행중인 JP모건의 모든 사업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라며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 인도네시아 재무부와 논의중이다”라고 밝혔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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