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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말농장 안 가도 누구나 도시농부…관악구 신림동에 작은 농촌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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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도시에서 시민들이 직접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농업공원’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들어선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3일 “신림동 광신고교 인근에 1만5000㎡(약 4500평) 규모의 도시농업공원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업 체험에 중점을 둔 도시농업공원이 서울시에 조성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10월까지 2년여에 걸쳐 공원을 완성한다는 계획이 만들어졌다. 총 사업비는 56억여 원으로 다음 달 설계용역을 시작해, 올 9월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공원 부지는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유휴 공간을 활용한다.

이 도시농업공원은 곳곳에 있는 주말농장에 비해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간이라는 특성이 있다. 통상 주말농장은 신청을 거쳐 선정된 일부 시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반면 농업공원은 주말농장처럼 텃밭을 갖추고 있지만 텃밭을 가꾸지 않는 시민들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논·밭 경작 체험원, 양봉 교육장, 농활을 엿볼 수 있는 농가주택(전시장), 씨앗키움장(채종원) 등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공원 인근에 500m에 이르는 둘레길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강감찬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 [사진 관악구]

지난해 서울 관악구 강감찬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 [사진 관악구]

오성훈 관악구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장은 “도시농업공원 조성 사업은 많은 시민들이 주말농장 등 텃밭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농촌이 주는 정서적 푸근함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관악구에는 지난해 8월 개장한 강감찬 주말농장(1만260㎡·500가구 이용)과 낙성대 주말농장(1500㎡·150가구 이용) 등 총 3곳의 주말농장이 있다. 이들 주말농장의 경우 이용자 모집 때마다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와 관악구는 이번 도시농업공원을 통해 나눔과 시민참여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강감찬·낙성대 주말농장 이용자 중 126가구는 그 해 11월 자신들이 한 해 동안 가꾼 배추 500포기와 무 1t을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 행사에 기부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를 이용해 담근 김치를 저소득층에 전달했다.

청룡산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 [사진 관악구]

청룡산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 [사진 관악구]

오 팀장은 “도시농업공원 조성을 통해 관악구가 농업이 가능한 청정 지역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관악구=고시촌’이라는 인식을 다소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첫 농업공원 내년 10월 완공
광신고교 뒷편에 1만5000㎡ 규모
추첨 없이 시민 모두가 농사 참여
경작·양봉·씨앗키우기 체험장에
녹지 누리게 둘레길도 만들기로

도시농업공원 인근에 마련되는 양봉시설은 시민들의 산책에 방해 되지 않는 곳에 들어선다. 관악구는 관악산에 인접한 지역 특성을 강조하고자 지난해 5월부터 주말농장 주변에 양봉장(벌통 20개 규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지난해엔 이 양봉장에서 벌꿀 250㎏을 수확해 구청 홍보용으로 사용했다. 올해는 벌꿀 생산량을 늘려 ‘관악산 꿀벌의 선물’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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