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대의 문화·예술(3)미술|군개입 지양…지율속 「순수」추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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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로운 창작방향을 모색해본다>
해방후 오랜기간 개인적유미주의 속에 안주하면서 관의 반민주적 개입을 용인해온 우리 미술계는 80년 대들어 심각한 내내외적 갈등을 겪었다. 미술의 존재의 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주제와 소재 및 형식을 둘러싼 논쟁. 상업주의와 순수주의의 정방 속에 우리 미술계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전문가로부터 우리 미술의 반민주적 요소와 타개책을 들어 본다.

<우리의 사상·시각표현·발표할 풍토조성>
우선 누대에 걸친 비민주적 정치체제와 분단 이데올로기적 통제하에서 전개되어온 우리 미술은 끊임없이 굴절되고 왜곡되었으며 비민주적 요소가 구조화되었다. 기본권리인 표현과 발표의 자유를 억압해온 정책으로 그것이 아무리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서 나온 미술이라 하더라도 조금만 현실비판· 사회비판적 색채가 있으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약을 받아온 반면 체제 순응적인 미술은 용인되고 비호받았다. 따라서 사상과 표현, 발표의 자유는 어떤 일이있어도 보장되어야 한다.
또 예술의 개념은 축소·왜곡되 그 미술계의 제반제도나 관행은 관료화되었고 예술가는 길들여졌으며 그런 예술가의 정신은 불구화되고 매말라 버렸다. 서구 미술의 찌꺼기아닌 자신의 사상과 시각을 당당하게 표현한 작품을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체제순응적 미술(미술가) 이민주적 사회를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를 표현해온 미술(미술가)을 앞장서서 불온시하고 적대해왔다는데 있다.
민주시대는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값지고 그들에 주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와 자율의 원칙에 입각한다고 해서 체제에 순응해온 인간·가치·제도등 모든 비민주적 요소가 아무런 비판없이 두루뭉실하게 허용되는 것이어서는 결코안될 것이다.

<공보·문화예술로 정부의 편제구분 마땅>
첫째, 한국정부의 편제를 볼때 예술을 관장하는 기구는 정부대변적 차원의 공보와 문화예술 담당의 업무를 함께 하는 곳으로 존재해왔지만 이제는 공보와 문화예술이 구분되어야할 때라고 본다. 그래야만 문화예술의 참다운 발전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둘째, 문화공보부나 국립현대미술관 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기타 미술문화에 관계되는 기구에 종사하는 전문요원의 양성과 채용의 시급성이다. 도식적인 일반행정만으로는 예술문화를 위한 육성은커녕 오히려 저해적 존재로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세째, 미술관법 제정의 시급성이다. 미술작품을 수백점씩 소작하고 있는 경우에도 법이 없어 미술관을 건립해 일반공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미술관들은 준박물관 시설로 등록하게 되어있는데 박물관과 미술관의 운영 및 시설규정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미술관법이 제정되면 사립미술관의 건립이 많아질 것이며 그 법에 의해 시립미술관들이 보호받고 또 정당한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사항으로 예총과 그산하에 10개 문화단체로 나뉘어져 있는데 예총이란 기구의 필요성 여부와 업무한계가 연구돼야 하겠고 10개 문화단체에서 좀더 세분되고 전문화된 협회결성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국가의 이데올로기독점 과감하게 풀어야>
미술의 민주화는 그것의 생산과 분배 문제를 미술가들의 주체적인 자발성에 의해 공정하게 실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미술문화는 관의 지나친 개입으로 처음부터 굴절돼온 점을 부정할수 없다. 이런 관권개입은 국가가 독점한 미술행사 (예로 국전과 그밖의 공모전)뿐만 아니라 외국미술의 일방적 수입과 편파적 교환 및 여기에 편승한 개인주의와 상업주의의 극성, 지방미술의 황폐화를 초래했다.
물론 더 근원적인 문제점으로는 국가이데올로기의 독점으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 즉 통일이나 분단극복의 내용을 피안적인 것으로 만들고 미술의 모든 문제를 형식논리로 몰두하게한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식민지시대 일본을 통해 들어온 미술에 대한 막연한 개념, 즉 왜곡된 미술교육의 문제에도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단적으로 88올림픽의 세계현대미술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단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그 행사의 본질은 비민주적이며 독점적이고 과시욕에 불타는 한두사람에 의해 운영되고있다는 점이다.
미술적 창조라는 것은, 더구나 민족문화의 생산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 수단을 우리는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합의와 자발성에 의해 만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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