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마지막 희생자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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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할수있는것 다 해주자○…6일 상오 열린 민정당중집위는 이한열군의 죽음이 노태우선언 이후의 여야 협상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면서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
회의에서 이찬혁의원은 『노선언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야당이나 과격세력들이 뭔가 꼬투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이군 사망에 대해 애도와 명복을 비는 것은 국민모두가 한결같은데 이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이용할까 걱정된다』 고 지적.
이종찬의원은 『이군 사망에 대한 우리 당나름대로의 조문대책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고, 정순덕의원은 『이군사망에 대해 야당이 요구하는대로는 안되겠지만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다 해주는게 좋겠다』 고 제안.
회의에서는 이밖에 8개항의 여선언에 대한 구체적 실천이 시급하다는 점이 강조됐는데,정종택의원이 『긴밀한당정협의』를 강조한데 대해 곽정출의원은 『당정회의보다 국회를 열어 여야간 토론을 통한 구체안을 마련하자』고 주장.
조화 짓밟혀 참통○…민정당의 노태우대표위원은 5일 상오 이한열군이 끝내 숨졌다는 소식에 조문을 갈 뜻을 밝혔으나 측근들이 빈소 주변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 적극 만류.
이에따라 하오1시쯤 1차로 노대표의 조화를 보냈던 것인데, 이 조화가 구속자 가족들에 의해 짓밟히고 이에 학생들도 뒤늦게 가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당사는 침통한 분위기.
한 관계자는『오죽했으면 조화까지 짓밟았겠느냐』면서 『우리가 할 일은 빈소에 가는 것보다 앞으로 「민주화조치」에 대한 진심을 보이면 되는것 아니냐』고 원망하지는 않겠다는 태도.
한편 이춘구사무총장은 이 날 상오 이군의 사망과 관련, 모처에서 당정협의를 가진데 이어 당사에서 이한동원내총무· 김정남대변인과 함께 대책을 숙의.
당직자들은 특히 이군의 죽음이 정국에 뜻하지 않은 파란을 가져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인데 당분간 사태를 지켜본다는 자세.
유족, 여야 모두 원망○…민주당은 일요일인 5일 상오 이한열군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긴급확대 간부회의와총재단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김영삼총재와 김대중의장은 각각 계파별로 비공식회의를 열어 이군사망이 정국에 미칠 영향등을 분석하고 대책을 숙의.
김총재는 이날 상오10시쯤 당사에 나와 간단히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뒤 10시50분쯤 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이군빈소를 찾아 분향.
김총재가 분향하는 동안 이군의 어머니 배은심씨(49)는 『총재님, 전경을 철수시켜주세요』『4·13이 없었으면 이렇게 안됐을텐데』 『당신들은 무엇을 했어』 『야만인들, 욕심장이들아』 라는 등 정부·야당 모두에게 절규.
이때는 이군에 대한 부검이 실시되는 중이어서 세브란스병원 앞은 물론 주변 일대에 전경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어 김총재는 즉석에서 김명배사무총장· 김현규총무·박찬종정책의장등 3역을 치안본부로 보내 병력 철수를 요구토록 지시.
김총재는 기자들에게 『이군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고 최루탄은 이땅에서 영원히 없어지길 바란다』 고 강조한뒤 이군의 아버지를 위로하곤 당사로 돌아와 총재단회의를 주재.
회의에선 총재기자회견 (6일 예정) , 개헌공정회 (8일예정) 를 이군 장례식 이후로 연기할것과 이군의 장례절차 등을 논의, 결정한 뒤 대변인성명을 발표케하고 30분만에 종료. 일부의원들은 총재단회의가 이군유족 주장대로 사회장, 국립묘지안장을 요구키로하자 『이군 희생을 욕되게할지도 모르니 장례문제는 유족과 학생들에게 맡기자』고 눈살.
유의원 승용차 봉변○…김대중의장은 김총재보다 10여분 앞서 이군 빈소를 조문했고 빈소를 나서다 김총재 일행과 만나 잠시 대화.
김의장은 주변의 경찰경비에 대해 『자숙하고 반성을 보이면서 질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해야지 저러면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킬 뿐』 이라며 『과거와 조금도 다를게 없군』이라고 심각한 표정.
김의장 일행이 조문을 끝내고 연대정문앞 칠교 밑을 통과할 때 경찰의 저지선에 막혀있던 학생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그중 유준상의원의 승용차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두들겨 차체가 찌그러졌는데 학생들은 뒤늦게 민주당의원임을 알곤 『경찰 저지선을 막힘없이 드나들어 오해했다』고 사과.
김의장은 성명을 발표, 『이군이 민주화에의 국민적 승리의 대행진을 알지 못하고 한없이 가슴아프다』 면서 『그의 죽음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인도하는 또 하나의 큰 횃불이 됐다』 고 애도.
또다른 불씨 안생겨야○…이군의 사망에 대해 민주당의원들은 『이군의 죽음이 민주화에 있어 마지막 희생자가 되기를 바란다』 며『앞으로는 절대 이같은 불행한 희생이 없도록 정치인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깊이 성찰해야 할것』이라고 했다.
김총재는『이군의 죽음은 우리 민주화를 위한 순교자로서 우리 역사에 기록할 만한 사건』이라며 『정부는 국민 앞에 정중한 사과를 하는 한편 이 문제로 또 다른 불씨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춰해야 할것』 이라고 강조.
이중재· 이룡희·김동영부총재는『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쥐구멍이라도 찾고싶을 정도의 곤혹감을 느낀다』며 『이당에 두번 다시 이군과 같은 비극이 생겨나지 않도록 각성해야 할것』 이라고 피력.
김령배사무총강은 『정부는 이군의 사인등 문제에 진실을 밝혀내도록 해야지 만에 하나라도 국민으로부터 의혹을 살 일은 절대 하지말아야 할것』 이라고 지적.
장례절차 결론못내려○…국민운동본부는 이군이 사망한 5일 하오 연지동사무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군의 장례절차를 논의.
이날 회의에서는 이군의 부친이 제안한 장지와 장례식 방법을 논의했는데 국립묘지는 적당하지 않다고. 결론짓고 이군의 고향인 광주시망월동을 제의키로 결정.
이어 하오6시 연대에서 가진 유가족·학생대표·국민운동본부 연석회의에서는 이군의 장례식을 5일장으로 하되 「고한열군 민주전사 국민장 장례위원회」 를 구성키로 결정하고 이 국민장은 민주시민들이 참석하는 장례로 하기로 합의.
그러나 6일 이군가족 국민장절차에 또 이의를 제기 이날 다시 유가족·학생대표·국민운동본부 연석회의를 갖고 장례절차를 재론키로했다.<김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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