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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조 대장정의 날이 밝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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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1 면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벅찬 기대보다 착잡함과 두려움으로 맞이하는 새해 첫 아침이다. 산업화·민주화를 향해 반세기 넘게 힘차게 달려온 성공 신화가 여기서 멈춰 서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 달째 이어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은 깊은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 있다. 내리막길로 들어선 성장의 그늘은 전례 없이 짙고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 후유증은 심상치 않다. 나라 밖 세상도 온통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대외 정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래서 새해 아침,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당선됐지만 업적이란 게 한심한 수준으로 판명 났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자신이 식물 상태에 빠져버렸다.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밑바닥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이것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OECD 국가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한국이지만 올해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가장 역동적인 국가에서 가장 활력 없는 국가로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구조적 변화다.


내외의 경제 환경은 사방이 절벽이다. 저성장은 만성화되고 수출·내수·투자가 동반 위축되며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청년세대는 ‘헬조선’의 좌절감에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병’을 고칠 경제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아니 경제 리더십 실종을 넘어 대한민국 리더십이 진공 상태다. 국가 경제는 복합골절을 입어 중병을 앓고 있는데 우리는 휘몰아쳐 오는 쓰나미를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정치의 실패는 더 심각하고 중대하다. 최순실 사태가 결정판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공권력을 최순실 일파들과 사설 정부를 운영하는 데 허비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주권자를 배신한 대통령을 국민들은 국회 탄핵으로 응징했다. 대통령의 헌정 파괴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합리적인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 정파들은 다가올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짝짓기와 이합집산에 열을 올릴 뿐이다. 이래선 안 된다.


정치가 달라져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피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아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건 정치의 몫이다. 그러자면 국민의 열정과 지혜를 모아 국가를 개혁하고 쇄신하는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과거와 같이 불합리와 비이성이 판치는 진영 간 패싸움이 되풀이돼선 곤란하다. 지역과 이념에 얽매이고, 눈앞의 이익과 득표에 매몰되는 포퓰리즘에 휩쓸리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올해로 30년을 맞는 1987년 체제를 뛰어넘어 국가 운영의 기본 골격을 새롭게 짜는 개헌 논의는 국가 개조의 발판이 돼야 한다.


역경을 헤쳐가는 국민들의 강인한 힘과 애국심은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10주째 이어져온 주말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응축된 에너지와 대한민국 대개조(Reset Korea)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마당이었다. 2016년의 제야(除夜)에도 꺼지지 않고 광장을 밝힌 촛불은 피땀으로 일궈온 성공 신화가 여기서 멈춰서선 안 된다, 재도약을 위해 다시 달려야 한다는 주권자의 엄중한 명령이다.


닭의 해 첫 아침, 우리는 다시 한번 재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전설 속 신화로 전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닭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유익한 존재이자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동물이다. 특히 올해는 붉은 닭의 해다. 붉다는 것은 밝다, 총명하다는 중의적 의미로 쓰인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 울음소리와 함께 대한민국도 다시 힘차게 일어나야 한다. 우리를 좌절하고 분노케 했던 온갖 적폐를 날려버리고 개조된 대한민국으로 새 출발하기 위한 위대한 대장정을 오늘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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