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과 부친상 이겨내고 IBK 활력 불어넣은 김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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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36)가 살자 기업은행도 살았다.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 세터 김사니의 활약 속에 2연승을 달렸다.
기업은행은 31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3-0(25-11, 25-20, 25-20)으로 승리했다. 10승7패·승점32가 된 기업은행은 현대건설(10승6패·승점29)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선두 흥국생명(11승4패·승점32)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완벽에 가까운 경기 내용이었다. 삼각편대인 리쉘(22점)-김희진(12점)-박정아(11점)는 물론 김미연(9점)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현대건설의 블로킹 벽을 뚫었다. 세트당 평균 3개가 넘는 현대건설이지만 이날은 블로킹 3개에 머물렀다. 주전 세터 김사니의 원활한 볼 배급이 돋보였다. 김사니는 경기 초반 리쉘에게 안정적인 토스를 올려줬다. 3세트에는 김희진과 리쉘에게 집중된 공을 박정아와 김미연에게로 돌렸다.

김사니는 올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에게도 양해를 구하며 리우 올림픽 대신 재활에 집중했다. 지난해 자신을 괴롭힌 무릎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김사니는 "비시즌 동안 수중 훈련을 하고 개막을 앞두고는 재활 훈련을 했다. 감독님이 안 계신 동안 볼운동도 하지 않고 무릎 치료에 전념했다. 무릎이 아프면 토스할 때 조준이 흔들리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사니를 괴롭힌 건 무릎이 아니라 오른 종아리였다. 컵대회에서는 근육이 찢어졌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종아리를 다쳤다. 결국 2라운드 들어 네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고은이 예상 외로 팀을 잘 이끌어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기업은행은 2승2패로 주춤했다. 김사니의 공백도 느껴졌다. 최근에는 독감까지 걸려 컨디션이 떨어졌다. 지난 두 시즌 동안은 전경기에 나섰지만 올해는 벌써 5경기나 결장했다. 이정철 감독도 "매일매일 훈련이 끝난 뒤 김사니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오늘도 일부러 1세트 막판에는 김사니를 뺐다"고 말했다.

김사니는 "몸은 지난해보다 더 좋다. 그래서 그런지 움직임이 더 과격해져서 종아리가 못 견딘게 아닌가도 싶다"고 했다. 그니는 "내가 (경쟁자인) 고은이랑 비슷한 또래였다면 팀이 잘해도 걱정을 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다. 무조건 팀이 먼저다. 훈련만 하지 않았을 뿐 똑같이 선수들과 생활했다"고 전했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김사니는 "코보컵 때 입은 부상은 거의 다 나았다. 독감에 걸린 뒤 조금 무리하면서 근육통이 있지만 견딜만 하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는 훈련 때 모든 공을 내가 올렸지만 이제는 고은이와 나누고 있다. 내가 없을 때도 생각하고 체력적인 안배도 필요하기 때문에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부친상을 당하는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다. 김사니는 "아버지가 항상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중학교 때부터 '세터는 생각을 많이 해야한다. 너만 잘 하면 된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솔직히 지금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잘 인지하지 못한다. 경기 전 무심코 '아버지가 어디 계신가' 돌아볼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사니의 배구선수로서 인생은 이제 거의 막바지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지난해에는 기업은행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너지는 아쉬움도 있었다. 김사니는 "다 된 밥이 그렇게 됐으니까… 아쉽긴 했다. 그렇지만 목표나 욕심은 있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는 욕심을 많이 냈더니 더 안 되더라.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하면 뜻하는 바에 가까이 있을 것 같다"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화성=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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