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죽으면 썩을 몸, 즐겁게 사시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죽으면 썩을 몸, 즐겁게 사시오”
‘때론 친구, 때론 애인으로 만나고 싶어.  무덤까지 비밀로 지키기로. X도 하고 싶은데 어쩌지’ ‘뭘 생각해본다는 거야. 결정하면 되지, 쫀쫀하긴.  죽으면 썩을 몸, 즐겁게 사시오. 후회 말고’  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헌병대 수사관으로부터 받은 문자입니다.
이 믿지 못할 사건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 모 부대에서 이등병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군 헌병대는 1차 조사에서 자살로 결론내렸습니다
하지만 선임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사건 당일에도 선임병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어머니는 재수사를 요청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2차 조사. 재조사를 맡은 헌병 수사관은  어머니에게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재수사를 맡은 수사관이었기에 이등병의 어머니는 강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대답을 피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결국 재조사도 자살로 종결됐습니다
이 사실이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알려지자 해당 수사관은 뒤늦게 이등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잘못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어 개인과 부대의 명예가 지켜지길 바란다’  이 때까지도 국방부는 사실을 부정하며 사과는 커녕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았습니다.
두 달 뒤인 2013년 12월 26일  해당 수사관이 피해자와 통화한 사실이 보도되자 국방부는 뒤늦게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10년 만의 뒷북사과’였습니다. 하지만 사과문 게시 이후에도 어머니는 국방부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군 헌병대가 아닌 제3의 기관을 통한 아들의 사망에 대한 공정한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이등병의 시신은 차디찬 냉동고에 갇혀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14년 전  웃으며 걱정말라던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
디자인: 서예리 인턴 se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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