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학교는 좌절을 가르치는 곳인가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학교는 좌절을 가르치는 곳인가요?
대학 입시 준비가 한창인 한 고등학교의 1층 현관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발견된 한 장의 대자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수의 수피아여고 선생님들만큼은  분노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꿈을 향한 3년 이상의 노력은 생활기록부 조작과  성적 조작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지금 너희 대학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선생님을 걱정해야 한다.”  지난 26일 광주광역시 수피아여고에 붙은 대자보 내용입니다.
지난 9월 수피아여고에선 교장과 교사들이 명문대 진학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조작하고 수정했습니다.
학교는 교장의 지시로 1학년 때부터 최상위권 학생 10여 명을 따로 선발했습니다. 그리곤 이 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온갖 특혜를 제공했습니다.
교사들은 관리하던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답안지와 성적을 조작했다가 동료 교사에게 들키기도 했습니다.
우수 학생들을 중심으로 심화반을 편성해 학부모로부터 2500만 원을 받아 교사 수당으로 지급했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교사들은 ‘수시모집 대상자는 모의면접을 받게 될 것’ 이라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특정 학생’만 여러 교사의 도움을 받았죠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했습니다.
작성자에 따르면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학교측은 제대로된 설명보다는 변명하기 급급했습니다 현재까지도 학생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습니다
특정인에게만 주어진 특혜, 비리, 조작… 모르쇠, 책임회피…  근데 이거...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정유라 부정입학, 국정농단 사태, 삼성합병 특혜…  학생들은 정말로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살고있었습니다.
12년간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각자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한 학생들은 비상식이라는 또다른 적과 싸워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노력은 어른들의 욕심에 좌절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묻습니다  ‘사회가 이런 곳입니까’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곳입니까’ ‘정당하게 살 수 없는 곳입니까’
이 물음은 학교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를 만든 모든 어른들에게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
디자인: 서예리 인턴 se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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