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박근혜 우비사건’…“무수리냐 하극상이냐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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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의 입’이라 불렸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굴욕적 우비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전 전 의원은 27일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해 “‘우비사건’때 참 비참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005년 비 내리는 대구 지하철 희생자 추모식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우비 모자를 씌워주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박근혜 무수리설’이 나돌았다.

전 전 의원은 “사람들이 비가 와서 다 우비를 입고 있었다. 옆에 있는 도지사 이런 분도 머리를 쓰고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안 쓰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바로 뒤에 있었는데 주변에서 우비를 빨리 씌워드리라고 재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괴로웠다. 일어나서 씌워드리면 ‘무수리를 자처하는 전여옥의 아부’가 될 것이고, 만약에 제가 안 씌워드리면 ‘박근혜와 전여옥 사이에 알력 다툼이 있구나’라며 하극상이라는 비난을 받을 상황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에서 5분을 버텼다”며 “박근혜 당시 대표는 끝까지 아무런 미동도 안하더라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나를 굴복시키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시키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은 그러면서 “당시 제가 일어나자 카메라 플래시가 엄청 터지더라. 그래서 ‘실컷 찍으세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모자를 씌워드렸다”며, “그래도 (박근혜 대표는) 미동이 없더라. ‘참 냉혹한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전 전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자기 우비 모자는 자기가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대표님 머리에 모자 씌워 드려야지’하는 주변 성화에 내가 씌워드렸지만 박 대표는 한마디도 없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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