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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은 해롭다고? 스트레스 풀어주고 위 보호 효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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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22면

경기가 불황일수록 더 잘 팔리는 음식이 있다. 매운 맛 요리다. 우울하거나 짜증날 때 매운 낙지볶음이나 떡볶이 등을 먹으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 피로를 풀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위를 보호하고 지방을 분해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이유는 고추가루의 ‘캡사이신’ 성분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는 “일반인은 물론 의사 대다수도 매운 맛이 건강에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론 건강에 유익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캡사이신이 혀에 닿으면 가벼운 통증이 생기는데 이 감각이 뇌로 전달돼 시상하부에서 엔도르핀이 생성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캡사이신은 위를 보호하는 효능도 있다. 2007년 대한소화관운동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환자에게 캡사이신을 투여했더니 위 상피세포에 헬리코박터균 활동이 억제됐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을 일으키는 첫번째 요인이다. 2008년 소아과학회지에는 캡사이신이 암 세포의 ‘아포토시스(스스로 죽는 작용)’를 촉진한다는 연구가 소개됐다. 캡사이신이 위 점막 혈액 순환을 도와 위를 보호하고 악성 세포 활성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었다.


위장 통증과 메스꺼움을 개선하는 효과도 발표됐다. 위에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섬유가 있다. 캡사이신은 이 전달 경로를 차단해 위장 윗쪽 팽만감과 통증을 가라앉힌다. 실제 가스활명수·가스명수·위생천 등 소화제 드링크 성분에는 캡사이신(고추 팅크) 성분이 포함돼 있다. 캡사이신이 위벽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효소도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캡사이신이 지방 세포를 줄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2003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여대생을 두 군으로 나눠 다른 조건은 같게 한 뒤 8주 동안 한 군만 캡사이신 추출물을 먹게 했다. 그 결과 캡사이신을 섭취한 군에서만 유의미한 체지방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복부·엉덩이·허리 등 지방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한 곳에서 큰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매운 음식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유태호 원장은 “떡볶이·낙지볶음 등의 매운 음식에는 고추가루 뿐 아니라 소금과 설탕이 다량 들어간다. 캡사이신이 위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더라도 소금은 위를 자극하고 설탕은 몸무게를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매운 맛을 즐기더라도 최대한 짠맛과 단맛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과량 섭취하는 것도 나쁘다. 유태호 원장은 “매운 음식을 적당히 먹으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장점만 발휘되지만 속이 쓰릴 정도로 먹으면 위 점막이 자극된다”며 “너무 매운 맛보다는 적당히 매운 음식을 즐기고 한번에 많이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염·위궤양 등이 있는 사람은 매운 맛이 위를 자극시킬 수 있으므로 순한 맛을 즐기는 게 좋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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