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행위·부실 운영·노인 학대' 드러난 장기요양기관…정부 "관리·감독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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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기요양기관에서 위법 행위가 다수 확인되고 부실 운영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히 제기됐던 시설 내 노인학대 문제도 재차 드러났다. 정부는 26일 제5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함께 장기요양기관 681곳을 점검한 결과 523곳(74.9%)에서 1039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장기요양기관 4곳 중 3곳은 법을 어긴 셈이다. 유형별로는 급여비용 부당청구가 8941건(1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본인부담금 불법 감면(85건), 식품위생 불량(1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추진단은 397개 시설에 대해선 업무정지ㆍ과징금 등 행정 처분을 완료했고 나머지 126개 시설은 행정 처분을 진행 중이다. 또한 32개 시설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했다.

장기요양기관은 국민들의 노후 생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기관 수는 2008년 8000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8000개로 116.4% 늘어났다. 그에 따라 시설을 이용하는 인원도 같은 기간 15만명에서 48만명으로 217.6% 증가했다. 하지만 추진단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해 설립은 쉬운 반면 부실기관 퇴출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업무정지 처분을 받아도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편법으로 이용자를 옮긴다는 것이다. 추진단이 2014~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정기 평가 결과를 분석했더니 1만1773개의 시설 중 43.7%(5154곳)에서 문제가 나타나 부실 우려가 제기됐다.

고질적인 문제인 노인 학대도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2015년 입소시설 내 노인 학대는 연간 270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방임이 34.6%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학대 25.3%, 신체적 학대 24.6%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할 폐쇄회로TV(CCTV) 설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시설 내에 침실까지 CCTV를 설치한 비율은 27.6%(6월 기준)인 반면 아예 설치하지 않은 곳이 38.3%나 됐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장기요양기관 통합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회계 투명성과 감독 효율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정보 공개를 확대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또한 CCTV 설치를 확대하는 등 노인학대 예방 체계를 갖추고 지자체 등과 연계해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게 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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