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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학내불만 폭발|교대 장기농성…발단에서 휴업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4일 「폭력교수퇴진」「학생자치활동인정」등을 요구하는 학생2명의 NCC인권위사무실 농성에서 비롯된 서울교대생들의 장기농성사태는 근원적 해결을 보지 못한 채 휴업령으로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2천3백여명의 서울교대생들은 이번사태의 불씨가 정태수학장의 독단적 학사운영에 있다고 주장, 정학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5백∼1천여명이 8일째 교대로 철야농성을 벌여 갈수록 파문이 커져왔다.
학생들은 학교측이 지난11일 수습방안으로 제시한 ▲최성낙학생처장의 보직사임 및 일부 보직교수경질 ▲한운봉학생지도상임위원 사임 ▲학생자치활동보장 ▲반성하는 징계학생구제등 4개항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며 정학장의 퇴진을 계속 요구해 왔다.
학교측이 수습책의 실효가 없다고 판단, 수습위원회를 해체하고 학사운영이 마비상태에 빠지자 문교부가 휴업령을 내려 개입하기에 이른 것.
『교사발령을 미끼로 수사기관처럼 학생들을 조사·감금·폭행·가택수색을 하며 서클등 차치활동을 억눌러 온 학교측 조치는 인권유린차원의 폭거』라는 학생측 주장과『국교교사 양성기관인 만큼 의식화운동은 있을 수 없다』는 학교입장이 맞서며 번져 온 서울교대 사태의 시말을 알아본다.
◇발단=이학교 천은오군(21·사회교육3)과 성혜정양(19·실업교육3)등 2명은 지난 4일부터 기독교회관 인권위 사무실에 들어가 『최성낙 학생처장 및 한운봉 상임위원등으로부터 불법 철야감금 및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이들 및 정학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4월15일부터 4차례에 걸쳐 학교본부에 설치된 「취조실」에 끌려가 학생활동내용을 자백하라는 10시간 정도의 추궁을 받으며 5∼6차례 안면구타등 폭행을 당했고 ▲지금까지 20여명의 학생이 수시로 끌려가 수사기관의 피의자와 같은 취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천군의 경우 지난달 30일 생활지도위원회의 호출을 받아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는데 최처장이 녹음기까지 동원, 『읽은 책과 후배의식화활동에 대해 대라』고 해 항변하자 여러교수앞에서 『이××야, 입닥쳐』라는 폭언을 하며 뺨을 때리는등 사정없이 구타했다는 것.
천군은 ▲징계위회부 ▲자퇴서제출 ▲반성문제출중 택일하는 강요를 받아 결국 징계위회부를 택하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했다.
최처장은 이에 대해 『천군이 반항하며 달아나려해 손바닥으로 목뒤를 두차례 「툭툭」 친 일은 있으나 폭행은 아니었다』며 『선도를 위해 불가피한 상담절차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조사실·상임위원제=학생들은 학교측이 본관1층 상임위원실 옆에 「밀실」로 된 「취조실」을 마련, 신상기록부를 비치하고 수업시간중에도 학생들을 불러 자술서를 쓰게하는등 죄인취급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대학에는 없는 상임위원제도를 만들어 교련교관이었던 한운봉씨를 임명, 「학생사찰」을 전담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서클활동등 학생통제=문교부는 16일 휴업조치를 내리면서 이번 소요의 원인이 ▲문제학생지도「과열」▲학생지도담당자의 이해와 설득측면 부족 ▲학생지도상임위원기능의 불합리 및 부적격자 임용에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이번 사태가 정학장취임후 2년여간의 학생활동 억압시책으로 누적됐던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며 미발령과 징계를 두려워한 나머지 오히려 뒤늦게 터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학생들은 정학장취임 후 ▲85년 총학생회준비위원회 해산 및 총준위원 9명 전원징계 ▲학내 일부서클해산 ▲조사실설치 및 학생지도위원회구성 ▲학보사·방송국을 통폐합해 홍보실로 개편 ▲잇단학생징계등의 변화가 나타나 「숨막히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측이 일부학생에 대해 가택수색·일기장조사등 「인권침해」행위까지 해왔으며 문제학생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성행불량」으로 낙인, 징계하고 무기정학으로 시험을 못치르면 F학점처리로 제적했다고 말했다.

<김 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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