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학생·교회 모두의 승리|명동성당 사태수습 중재역 함세웅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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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명동성당 사태수습의 주역인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함세웅신부는 학생과 시민들을 태운 마지막 귀가버스가 성당을 빠져나간 뒤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의 사태수습 노력과정과 소감등을 털어놨다.
함신부는 『정부· 학생·교회 3자가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길로 결말을 보게돼 무척 기쁘다』며 『명동의 6일간이 대한민국 삶의 압축판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함신부와의 일문일답.
-학생과 시민들이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은.
▲민주적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 기쁘다. 정부당국과의 협상과 학생들의 태도결정은 민주주의 모델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당국과 대화의 길이 트이게된 계기는.
▲11일하오5시 서울시경국장등이 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날 자정쯤 정부고위당국자가 추기경과의 면담을 요청해와 실질적인 대화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당시 이 당국자는 물리적 해결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에 김수환추기경이 『물리적 해결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면 커다란 착각이다』며 『정부를 위해서도 물리적 힘을 선택해서는 안되며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단호하고도 강한의지를 표명했었다.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 것은.
▲추기경면담 이후 지금까지 고위당국자와 모두 세차례의 면담·협의를 했다. 이 당국자는 13일하오2시쯤 시내 모처에서 만나 농성학생들의 안전귀가를 확약했으며 명동사태와 관련, 이미 연행·구속된 학생·시민들의 석방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14일 다시 이를 확약했다. 14일 면담에서는 배치된 경찰병력을 모두 철수할 것이라는 약속도 있었다.
-학생과의 대화는 어떤식으로 해왔나.
▲그들에게 진실된 뜻을 전하고 이해시키려 애썼다. 해방후 40여년동안 살아온 불신시대를 극복하는 모델이 되어보자는 생각으로 대화를 추진했으며 학생들에게도 이점을 강조했다.
-최후까지 농성해제 문제를 놓고 학생들간에 갈등이 있었는데.
▲15일새벽 학생들이 환상적 주장을 앞세우며 갈등을 일으켜 걱정했다.
젊은이들에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구약의 말씀도 있지만 사랑과 용서·희생의 원칙을 받아들여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밀고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을 벗어주라고 호소했다.
-학생들과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갔나.
▲젊은이들의 독자성을 최대한 존중하려 애썼다. 또 젊은이들이 계획을 어기려 할때면 『자기의 계획을 어기고 민주계획을 실천할 수 있느냐』고 꾸짖기도 했다.
-이번사태로 느낀 점은.
▲그동안 젊은이들의 민주화 요구가 좌경·용공으로 매도될만큼 강한 형대로 나타난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러한 용어를 추방한 것은 큰 수확이다. 또 민주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폭력적인 방법으로서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던 젊은이들이 가톨릭과의 만남을 통해 그 보다더 큰 도덕적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커다란 수확이다.
초기에 학생들이 방어용으로 화염병을 많이 만들었는데 방어용까지도 포기하는 것이 가장큰 힘이라고 설득했다.
-정부에 하고싶은 말은.
▲이제까지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생각했는데 목적과 뜻이 좋다면 모든 일에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다.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길 바란다. 정부당국이 관용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이 고심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민심의 소재를 읽고 내린 이번 결정은 정부로서도 겸허한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이미 구속된 국민운동본부 인사와 시민·학생들도 과감히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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