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락시 정부 정치·경제 성장인정|교황청도 지지…연정 구성엔 시간 걸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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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산당이 40년 만에 최초로 제1당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이탈리아 총선은 결국 공산당의 패배로 끝났다.
사회당의「크락시」수상이 이끄는 5당 연립 정부가 사회당과 기민당 사이에 권력안배를 둘러싸고 3년6개월 간 계속된 영월관계를 청산, 지난 4월 붕괴된 이후 2개월만에 실시된 이번 총선은 선거직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 공산당이 제1당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6개월 간 「크락시」 수상의 2차에 걸친 연정내각이 이룩한 괄목한 만한 경제성장과 정치안정, 그리고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정치에서 큰 힘을 발휘해온 카톨릭의 입김이 기민당이 계속 제1당으로 남게된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47년 공화국 정부수립 후 40년 동안에 46번이나 정부가 바뀌는 「불안정 속의 조화」 를 이뤄온 이탈리아 정치풍토에서 3년6개월이라는 최 장수 내각을 이끌어 정치적 안정을 구가했던 「크락시」 정부는 경제면에서도 국제수지 혹자,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금리인하 및 금융시장 활성화로 괄목할만한 경세성장을 이룩했다.
또 공산당의 부상에 대한 바티칸 측의 우려표명은 상대적으로 기민당과 사회당의 지지를 높여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카톨릭 주교들에게 카톨릭 생활과 양립할 수 있는 정당 (기민당을 지칭) 을 지지하도록 촉구했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기민당이 제1당의 위치를 고수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번 선거결과 의석분포는 총선전과 비슷한 분포로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47차 내각을 구성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회당이 기민당과의 협상에서 실패해 공산당과 제휴, 좌파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는 없지만 연정에 참여하게 될 군소 정당들이 모두 공산당보다는 기민당 쪽과 가까운 성향을 갖고 있어 비록 시간은 걸릴지라도 기민·사회당 주축의 연정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민당과 사회당의 분열은 정책방향 보다는 내각을 어느 쪽이 주도하느냐는 권력안배 다툼이었기 때문에 그럴 확률이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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