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이전 "수수께끼 사서" 『구삼국사』내용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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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국사기』이전의 사서로 그 이름만 전할 뿐 책 자체는 전해지지 않는 수수께끼의 사서 『구삼국사』의 내용이 최근 홍윤식교수(동국대·한국사)에 의해 복원됐다.
홍교수는 일연(1206∼1289)이 지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김부식(1075∼1151)이 지은『삼국사기』의 해당기사와 일일이 대조, 확인함으로써 이 작업을 이룩해 냈다. 『삼국유사』엔 곳곳에 『국사』『삼국사』란 사서를 인용한 기사들이 나오는데 지금까지 이 인용서는 곧 『삼국사기』로 이해 됐거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실정이었다.
홍교수는 이점에 의문을 품고 『삼국유사』중 『국사』『삼국사』의 인용부분을 『삼국사기』의 해당부분과 일일이 대조한 결과 이 인용부분이 『삼국사기』의 내용과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곧 『삼국유사』에 나오는 『국사』『삼국사』는 『삼국사기』가 아닌 점을 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삼국유사』의 「고려본기」「백제본기」「신라본기」등 본기기사 내용도 『삼국사기』의「본기」가 아님을 확인했다.
홍교수는 여기서『삼국유사』의 인용사서인 『국사』『삼국사』는 『삼국사기』가 아닌 『삼국사기』이전의 『구삼국사』라고 밝히고 『삼국유사』를 통해 『구삼국사』의 상당부분을 복원했다.
『구삼국사』란 사서가 처음 알려진 것은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중 「동명왕편」을 통해서다. 원래 책 이름이 『구삼국사』는 아니었을 것이며 『삼국사기』이전의 사서란 점에서 「구」자를 붙인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이규보는「동명왕편」서에서 『김부식이 국사를 중찬해 「삼국사기」를 편찬했다』고 말하고 『국사는 집필하는 책』이라며 『구삼국사』의「동명왕편」을 격찬하고 있다. 이는 이규보가 『삼국사기』보다 『구삼국사』를 올바른 국사로 보았으며 일연 또한『삼국사기』 보다 『구삼국사』를 중요한 사서로 판단, 이를 더 많이 인용한 점과 상통한다고 홍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또 『구삼국사』가 『삼국사기』와 같이 본기체제를 갖춘 기전체 사서였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구삼국사』가 삼국본기 뿐만 아니라 「단군본기」도 아울러 수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이승휴의 『제왕운기』로 확인된다.
즉 『구삼국사』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역사를 주된 대상으로 삼았지만 『삼국사기』와 달리 삼국이전의 역사도 중요시해 단군을 개국선조로 인정하고 한국사의 역사적 전통을 확립하려는 편찬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홍교수는 『구삼국사』가 ▲신라적인 사실을 더욱 많이 수록하고 ▲낙랑등 중국세력에 대해 자주적 입장을 취한 점이 『삼국사기』와 다른 점이고 『구삼국사』와『삼국유사』의 공통점으로는 ▲삼국의 역사만을 서술대상으로 한게 아니라 그 이전역사도 중요한 부분을 서술, 단군이래의 한국사에 대한 전통적 맥락을 기술했고 ▲신이사를 역사적 사실의 중요대상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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