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여권 무효까지 약 한달…이후 불법체류자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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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여권 무효 절차에 착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오늘 정씨에게 여권 반납 명령서를 등기로 보냈다. 이미 지난번 국정조사때 출석 요구서를 독일 주소지로 두 차례 보냈으나 송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엔 아예 서울로 돼 있는 정씨의 주민등록상 소재지로 보냈다”며 “해외로 등기를 보낼 경우 송달과 반송 등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법무부에서 여권 제재 요청이 왔으며, 정씨가 여권 반납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무효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여권법상 규정에 따른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씨를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중지 처분했다. 업무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죄다. 여권법상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사람’에게 여권 무효화 등 여권 제재 조치를 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정씨의 업무방해 혐의가 이에 해당한다는 게 외교부 판단이다.

여권 무효 조치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여권 반납 명령서를 담은 1차 등기 우편이 반송될 경우 한 차례 더 등기 우편을 발송한다. 2차 등기 우편까지 반송되면 외교부 홈페이지에 14일 간 이를 공시한다. 공시가 끝난 날로부터 7일 내에 여권 반납이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정씨의 여권은 무효가 된다. 반납 기간은 외교부 장관 재량으로 정할 수 있으며 통상 14일 동안 기다려주지만, 정씨의 경우 사안의 시급성 등을 감안해 이를 7일로 단축한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정씨의 여권이 무효가 되는 대로 외교부는 독일 당국에 이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 독일에선 90일 간 무비자가 적용되지만 정씨는 더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독일 당국으로부터 발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독일에 체류한 지 90일이 지났지만 독일에서 한국 정부 측에 정씨의 체류 신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여권 무효화 이후 정씨가 불법 체류자로 간주될 지는 독일 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독일 당국이 여권 무효화를 이유로 정씨가 기존에 발급받은 비자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씨는 불법 체류자가 된다. 추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독일 당국이 정씨에게 주독 한국 대사관에서 여행증명서 등 신분 증빙을 위한 다른 서류를 발급받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정씨는 기소중지 상태이기 때문에 대사관에 나타나면 신병 확보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법공조를 통해 한국 측이 정씨의 긴급한 국내송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다면 독일 당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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