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태극기 든 관중보고 항의’ 정몽준 자서전 재조명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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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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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2011년 출간한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속 박근혜 대통령 관련 비화가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서전엔 2002년 9월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축구경기 당시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충돌한 일화가 수록돼 있다. 해당 경기는 그해 5월 박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방문한 뒤 합의에 따라 진행됐다. 최근 박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비밀편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책에 소개된 이 일화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책에 따르면 당일 경기장에 먼저 와 있던 박 대통령은 관중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정 명예회장에게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방북 당시 박 대통령과 김정일간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날 경기에서 관중들은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기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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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 명예회장은 “경기 시작 전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을 외치자 박 대통령은 구호로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고 했다.

그는 2009년 9월 당 대표 취임 이후 가진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마찰을 빚었던 것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화를 내는 박 대통령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며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고 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자서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정치인이므로 경험했던 사례를 최소한 말하는 게 도리고, 국민도 알면 참고가 된다고 본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kimeb265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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